▲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8일 서울 역삼동 마힌드라그룹 서울사무소 건물 앞에서 영정 모형을 들고 섰다. 빈 자리엔 자기 얼굴을 넣었다. 그 앞에서 조준호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가 선언문을 읽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리해고 때문에 스물 한 명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 아무도 해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힌드라에 경고합니다. 금속노조가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하는 것을 보여 줄 겁니다.” 마이크를 잡은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8일 오전 서울 역삼동 마힌드라 본사 앞. 쌍용차 해고자들이 비어 있는 영정사진을 들고 나란히 서 있었다. 먼저 떠난 동료의 사진이 아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영정사진은 언젠가 이들의 얼굴로 채워질 수 있다는 소리 없는 경고였다. 이날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한진중공업에 이어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2의 희망시국회의 'STOP21' 개최를 제안한 날이다. 스물두 번째 희생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하지만 마힌드라 한국사무소가 있는 풍림빌딩 앞 인도 위에 마련된 100여개의 좌석은 절반 넘게 비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유력인사들이 제주 강정마을로 급히 날아갔기 때문이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구럼비 바위 발파소식을 듣고 행사 연기도 생각했지만 쌍용차 노동자나 구럼비 모두 사회적 타살이자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이라는 점은 같다”며 “다가오는 봄을 힘껏 맞이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구럼비를 살려내자는 것과 해고자의 일상을 돌려달라는 것은 차이가 없다”며 “10일 서울시청광장을 희망광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노동·시민사회 관계자들은 10일 오후 6시 서울시청광장에서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희망광장’을 열어 ‘소금꽃들의 희망텐트 동거동락’과 희망콘서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21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금속노조 장기투쟁사업장이 함께하는 연대투쟁에 나선다.

이날 시국선언 대표자들은 류재완 쌍용차 상무를 만나 쌍용차 노동자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이에 류 상무는 해고자와 무급휴직자들에게 “지금은 투쟁하지 말고 차를 팔아야 할 때”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회사측은 지난 6일 쌍용차비정규직지회와 만나 11명의 복직 희망자 가운데 1~2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 회사는 2009년 19명의 비정규직을 같은해 10월1일부로 복직시키겠다고 합의한 뒤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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