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윤성희는 산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거쳐 간 장소를 찾아 기록해 왔다. (윤성희·보스토크 프레스)속 장소는 죽음이 떠나간 자리이기도, 산 사람의 일상이 된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사람은 간데없고 건물이나 의자 따위만 남은 텅 빈 공간을 응시한다. 그리고 산재로 쓰러져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은 사람들을 통해 수
“우리 아빠는 노동자가 아닙니다. 회사원입니다.”(반니·1만5천원)의 저자 신은종 단국대 교수(경영학)가 초·중·고교생 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빠가 노동자냐”고 물은 질문에 모두 “아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노동’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첫 느낌에 대해서는 응답자 모두가 “힘들다” “하기 싫다” “불쌍하다”고 반응했다. ‘노동자’에 대한 이미지도 “공사장에서 짜장면 먹고 담배 피우는 모습” “막노동” “거친 일을 하는 사람” 등을 떠올렸다.이것이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노동’의 현주소다. 지금
A공장 관리자 B팀장은 일직·당직근무를 수행하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불만을 접수했다. 순번제로 근무하면서 휴일·연휴기간이 걸리면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B팀장은 매주 근무계획에 편성돼 회사에 출근하는 현장생산반장과 에너지관리 담당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생산반장과 에너지관리 담당자가 불만을 노조에 접수하면서 B팀장과 노조 위원장은 갈등의 당사자가 돼 버렸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원창희 한국협상경영원 대표와 함께 협상교육과정을 거친 교육생들이 함께 펴낸
70대 여성 청소노동자 5명의 인생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노년알바노조(준)·알바연대·평등노동자회는 5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에서 2권의 출판기념식을 열었다. 2021년 1권이 출간된 뒤 2년여만에 2권이 세상에 나왔다. 책의 부제는 ‘70대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인생이야기’다. 194
몇 달 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참여했을 때 일이다. 당시 회의는 정신질환이 대상이었는데, 한 자살 사건에 눈이 갔다. 해당 사건의 피재자는 공공기관에 소속된 여성 예술가로, 연습 중 부상을 당해 휴직했다가 뒤처지는 느낌에 압박을 받다 사망했다.이 자료에 눈이 머문 까닭은 그날이 내가 인지행동치료를 종료한 지 보름이 흐른 시점이라서였다. 그러니까 나는 해당 사건의 산재여부를 판단할 의사이기 전에, 예술적 열망이 스스로를 어떤 식으로 해하는지 생생히 겪은 한 소설가였다. 주어진 정답 없이 결과를 창조해야 하는 작업은 무한한 선택지 사
공공기관 근로시간면제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책 가 나왔다.18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노조(위원장 황동준)는 지난 3년간 9기 집행부 활동을 중심으로 노조 활동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공동 저자로 황동준 위원장과 김경우 수석부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시중에 노동법과 노사관계 실무를 담은 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노조 대표자의 현장성 넘치는 경험과 고민을 담은 책은 찾기 어렵다. 황 위원장과 김경우 수석부위원장은 이런 점을 고려해 근로시간면제자 활동부터 노사관계 다양한 장면, 조합원과의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치유농장 그린비네는 ‘그리움을 빚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은 ‘케어팜’(Care Farm)이다. 케어팜은 북유럽의 치유농업·농장을 이르는 말로 농장에서 간단한 농사일을 도우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과 공간을 의미한다. 지난 2021년 우리나라도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이 제정했다.케어팜 그린비네는 2018년 5월 개소했다. 그린비네는 재가복지센터와 노동자·취약계층 쉼터 등 노동·농업·복지가 만나는 공간을 목표로 한다. 최근 (서울경제경영출
법정스님은 빨간 단풍을 보고 나이듦을 떠올린 모양이다. “늙기가 얼마나 싫으면/ 가을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는가//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를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입는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인
의무휴업일 변경과 마트노동자의 삶을 주제로 삼은 문학공모전 작품집이 출간했다.마트산업노조(위원장 정민정)는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히브루스 본점에서 출판기념회와 북콘서트를 개최했다.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21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주제로 한 온라인 투표 의견수렴을 시작으로 지속해 마트 의무휴업 폐지·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대구의 대형마트가, 5월에는 청주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마트산업노조는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으로 노동자 삶이 황폐해지고 있다며 반발했다. 지난 3~4월 노조는
(변재원·창비)은 장애운동 밖에 있던 연구자가 스스로를 당사자이자 활동가로 인정하기까지의 고민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지체장애인이자 인권활동가, 소수자 정책 연구자로서 500일 동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정책국장으로 활동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장애운동과 만난 과정을 탐색-직면-이해-연결이라는 네 단계로 나눠 각 단계마다 자신이 경험한 일을 풀어낸다. 독자는 자연스레 장애운동을 숙고할 수 있게 된다.저자는 연구자답게 각 단계마다 ‘데모(시위)는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정치학·행정학의 이론을 곁들여 답한다.
“왜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일해야 할까 생각했어요. 수술하기 전 혈당 체크 지시를 내리는 건 의사 업무거든요. 그런데 혈당 체크가 안 돼 있으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요. 그걸 안 한 간호사가 잘못한 일이 되는 거예요.”대학병원 10년 차 간호사 김한나씨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열린 북토크 현장에서 본인의 경험을 털어놨다. 담당 전공의가 휴가를 간 탓에 수술 중이던 다른 담당 의사에게 ‘노티’(notify의 줄임말·의사에게 환자 증상이나 상태를 보고하는 것)를 했다가 폭언을 들었다고 말이다.김한나씨는 의사들
1987년 이후 우리나라 공공부문 노동운동사를 집약한 책이 나왔다.지난 30여년간 공공부문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박용석 전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장이 (진인진·5만5천원)를 펴냈다. 박 전 원장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고 6일 밝혔다.저자는 1988년 한국소비자원노조를 시작으로, 소산별노조인 전국연구전문노조 위원장, 공공연맹 부위원장, 공공운수연맹 사무처장과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공공부문 민주노조 투쟁 및 조직발전 역사’
이것은 호러물이 아니다. 그런데 등골이 더 서늘하다. 약육강식 자본주의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속에서 ‘좀비’가 돼 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방서현 작가의 장편소설 (리토피아·1만4천원·사진)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자 비극, 그리고 디스토피아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여긴 참 이상해. 내가 근로자가 아니래”20대 청년인 주인공 연우는 ‘수재교육’에 학습지 교사로 발을 디딘다. 수재교육은 그럴싸한 이미지 광고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동종업계 최단 기간 성장해 국내 톱에 오른 학습지 회사다. 연우도 ‘재택근무와 출퇴근 자유, 월 25
“(베트남 노동자) 썬은 주물공장에서 13개월 일했다. 매일 쇳물 바가지를 기울여 주형틀에 붓는 것은 견딜 만했지만, 10킬로그램 무게의 모래 그릇을 무릎 아래에서 들어 30회 이상 흔드는 작업을 반복하는 바람에 허리를 다쳤다.”2007년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를 설립해 최근까지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무료 상담을 해 온 한윤수 목사가 2008년 11월20일 남긴 기록이다. 당시 요추 4번이 휘고 튀어나와 한 달간 쉬어야 한다는 병원 의사 말에도 썬은 사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윤수 목사가 고용노동부에 관련해 진정을 제기한 뒤에야 사업주
“1999년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으로 민주노조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힘차게 시작했지만 돌아온 건 한 사람당 1천만원의 가압류와 부당한 부서 이동이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저는 또 앞에 섰습니다. 머리는 그만하자고 했지만 가슴속의 신념이 외치는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2018년 7월20일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가 설립된 뒤 이철행 가천대길병원지부 부지부장이 ‘간부 텔레그램방’에 올린 글이다. 이철행 부지부장 설명에 따르면 1999년 인천중앙길병원 노동조합 발기인대회를 열기 위해 모였지만 구
언제부턴가 갑갑한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가 살고 싶다고 하는 소리를 주변에서 듣곤 한다. 치열한 경쟁과 자본주의라는 전장에서 멀어질 나이가 되면 그곳에서 벗어나야 할 것만 같나 보다. 그러고는 막연한 시골생활을 떠올린다. 왠지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공동체와 어우러지고 느긋한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이런 생각은 어느 미술 작품에나 나올 법한 낭만주의에 가깝다. 그러면 시골생활과 농사는 아무나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어느 청년활동가의 귀농 분투기가 바로 여기에
한국은행은 정치적 고려 없이 노동자·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우선해 금융정책을 세우고 있을까. 각 나라 중앙은행의 상위에 있는 은행이라 평가받는 국제결제은행(BIS)은 자신들의 말처럼 전문적인 기술을 최우선 삼아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일까.(더늠·2만6천원)의 저자 아담 레보어는 BIS와 중앙은행은 철저히 정치적 조직이라고 진단했다. 이자율이나 화폐 공급량 결정은 다수 대중, 계급·계층 간에 상이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정치로부터 독립된 기구라고 포장하지만 고도의 정치 행위를 하는 기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9개월이 돼 가지만 전쟁이 끝나기는커녕 핵 위협까지 등장하며 전쟁의 양상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전쟁의 공포는 한반도에도 드리우고 있다. 북한은 연일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위협하고 있고, 한미는 전쟁훈련과 미사일로 맞대응하면서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여당의 위험한 목소리마저 나온다.이런 갈등은 비단 국가 간 문제만이 아니다. 정치·노동·교육·문화 등 사회 곳곳에서 갈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상황은 제2 외환위기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정부나 국회에서는
박근혜 퇴진 촛불항쟁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낸 (동연·1만9천원)가 출간됐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가 엮고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박석운 전 공동대표와 주제준 전 정책팀장이 편저자로 참여했다.이 책은 독일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에서 받은 인권상 상금과 퇴진행동기록기념위원회의 잔여 재원으로 만든 영문판 촛불항쟁 보고서의 한글본에 촛불항쟁 일지와 화보를 보강했다. 2016~2017년 박근혜 퇴진 촛불항쟁 당시 박근혜 정권에 저항해 일어난 23
나는 임신 9개월차를 지나고 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몸의 무게와 부피, 임신과 동시에 씌워진 생활의 규약들에 허덕이고 있다. 한편으로 곧 출산휴가를 앞두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동시에 임신·출산 때문에 ‘남들만큼 일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나. 스스로가 생물학적인 여성이라는 것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시간 가운데서 캐런 메싱의 새로운 책, (나름북스)을 만났다. 흥미롭게도 메싱은 이 책에서 1970년대 캐나다 퀘벡의 여성노동자들에게 유급 출산휴가 법이 도입된 시점에 본인이 취했던 입장을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