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베트남 노동자) 썬은 주물공장에서 13개월 일했다. 매일 쇳물 바가지를 기울여 주형틀에 붓는 것은 견딜 만했지만, 10킬로그램 무게의 모래 그릇을 무릎 아래에서 들어 30회 이상 흔드는 작업을 반복하는 바람에 허리를 다쳤다.”

2007년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를 설립해 최근까지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무료 상담을 해 온 한윤수 목사가 2008년 11월20일 남긴 기록이다. 당시 요추 4번이 휘고 튀어나와 한 달간 쉬어야 한다는 병원 의사 말에도 썬은 사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윤수 목사가 고용노동부에 관련해 진정을 제기한 뒤에야 사업주는 사업장 변경을 허가했다.

한 목사가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를 운영하며 10년 넘게 기록해 온 상담일지가 책 <오랑캐꽃이 핀다>로 재탄생한다. 박영률 출판사는 한윤수 목사가 10여년 동안 센터 블로그와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글들을 10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을 엮은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는 “세계 경제력 7위에 오른 대한민국은 이제 외국인노동자 없이 버틸 수 없는 나라가 됐다”며 “이주노동자 인권 개선을 필생의 업으로 삼았던 한윤수 소장의 헌신을 ‘대한민국 헌법’이 상정하는 ‘대한국민’의 디딤돌로 삼자”고 제안한다.

오랑캐꽃은 제비꽃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강인하게 살아남는 오랑캐꽃을 가장 낮은 곳에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외국인노동자를 빗댔다.

<오랑캐꽃이 핀다>는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에 와 일하며 겪은 임금체불·산재·부당해고·사업주의 폭력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박영률출판사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오랑캐꽃이 핀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출판기념회를 찾은 이황구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은 “책을 보면 외국인노동자를 쓰는 이유가 ‘돈말결’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돈을 안 주거나 적게 주거나 말이 없고, 결근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을 쓴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외국인노동자의 인권 수준을 압축한 말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박영률출판사
▲ 박영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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