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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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노동자가 아닙니다. 회사원입니다.”

<왜 노동이 문제일까?>(반니·1만5천원)의 저자 신은종 단국대 교수(경영학)가 초·중·고교생 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빠가 노동자냐”고 물은 질문에 모두 “아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노동’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첫 느낌에 대해서는 응답자 모두가 “힘들다” “하기 싫다” “불쌍하다”고 반응했다. ‘노동자’에 대한 이미지도 “공사장에서 짜장면 먹고 담배 피우는 모습” “막노동” “거친 일을 하는 사람” 등을 떠올렸다.

이것이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노동’의 현주소다. 지금의 10대들의 눈에 비치는 노동자는 그들이 그리는 미래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생산직이든 사무직이든 직장에 다니면 노동자가 된다. 언제까지 노동자의 이름을 숨길 수만은 없다. 우리는 ‘예비노동자’에게 어떻게 ‘노동’과 ‘노동자’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우리 아빠는 노동자 아닌 회사원입니다”

‘10대에게 들려주는 노동 이야기’ 부제를 단 <왜 노동이 문제일까?>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언젠가 나도 노동자가 된다면 노동은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노동’을 전달하고자 했다.

‘오늘, 어떤 노동을 만났니’라는 절에서는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을 먹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국내외 수많은 노동을 거친 결과임을 보여준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공장의 분업과정도 소개하면서 노동에 대해 쉽게 이해를 돕고자 했다.

과거도 소환한다. 노동은 과거 노예의 고통스러운 의무였다가 종교개혁 이후 신의 부름, 즉 소명으로 자리했다. 이후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이르러 근대 노동자가 탄생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가 그리듯 노동은 소외됐다.

현대의 노동은 어떨까. 과학기술 발달과 인공지능 시대에 지식노동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직업의 형태도 다양화했지만, 산업전환 시대에 기존 일자리는 위협받고 비정규직·특수고용·플랫폼 등 불안정 노동의 증가와 노동의 소외는 더욱 심화했다.

개인과 사회에 가치 있는 ‘좋은 노동’이란

저자는 “노동의 소외를 극복하고 노동자와 기업, 공동체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노동’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 현실은 암담하다. 그는 “10대들이 철부지여서 노동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들은 현실 노동의 한 측면을 제대로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배송하는 택배기사, 하루 14시간 운전하는 화물노동자가 누구보다 성실하지만 부자인 경우는 없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좋은 노동’으로 가는 여정에서 ‘워라밸, 노동과 휴식의 균형’ ‘노동기본권이란 무엇일까’ ‘왜 비정규직이 문제일까’ ‘1시간 일하고 9천620원 받는 사람들’ 주제를 탐색하고 한국 사회가 좋은 노동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찬찬히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스타벅스에 최초로 노조를 만든 청년 같은 사례를 통해 ‘노조’를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고, 노조가 노동자 삶에 왜 꼭 필요한 존재인지를 전한다.

저자는 다시 묻는다.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예비노동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좋은 노동은 ‘노동하는 나’의 삶에 의미와 재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어야 한다”며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노동기본권, 안전한 일터 등 모두가 함께 사회적 노력에 나설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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