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늠

한국은행은 정치적 고려 없이 노동자·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우선해 금융정책을 세우고 있을까. 각 나라 중앙은행의 상위에 있는 은행이라 평가받는 국제결제은행(BIS)은 자신들의 말처럼 전문적인 기술을 최우선 삼아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일까.

<바젤탑>(더늠·2만6천원)의 저자 아담 레보어는 BIS와 중앙은행은 철저히 정치적 조직이라고 진단했다. 이자율이나 화폐 공급량 결정은 다수 대중, 계급·계층 간에 상이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정치로부터 독립된 기구라고 포장하지만 고도의 정치 행위를 하는 기구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중앙은행의 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역사를 다룬다. 창설부터 현재까지 BIS 역사 전체를 서술하면서 각 나라 중앙은행의 본질과 역할, 금융자본의 행태, 금융위기의 내막을 파헤쳐 간다.

BIS가 내놓는 자기자본비율은 의외로 우리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우리의 자산가격, 특히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준다. 자산가격은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감독기구의 규제정책, 그리고 글로벌 자본이동 규제정책을 반영한다. 이런 정책들은 모두 중앙은행의 은행이라 할 수 있는 BIS의 활동과 연결돼 있다. 이 비율 때문에 금융기관의 영업활동이나 손익이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1997년 외환위기도 자기자본비율과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BIS가 초국적 금융자본 계급에 유리한 방향으로 금융정책들이 수립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기구라고 규정한다. 정치와 거리가 먼 전문가들의 기술적인 일 처리를 하는 집단이라고 자기 활동을 설명하고 있지만, 실상은 초국적 금융자본 계급이 자기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책 제목 바젤탑은 구약 성경 창세기 편에 나오는 바벨탑을 패러디해 정했다. BIS 본부가 스위스 바젤에 있는 것에 착안했다. BIS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바벨탑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저자는 영국 출신의 금융전문 저널리스트다. 증권 회사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금융경제연구소·경기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해 온 임수강씨가 번역했다. 그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금과옥조로 간주하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금융자본 계급에 유리한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지적한다”며 “다수 대중 입장에서는 중앙은행이 시장 권력에 종속돼 있을 때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래서 올바른 중앙은행 독립성 개념을 정립하고 민주적인 통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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