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비

<장애시민 불복종>(변재원·창비)은 장애운동 밖에 있던 연구자가 스스로를 당사자이자 활동가로 인정하기까지의 고민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지체장애인이자 인권활동가, 소수자 정책 연구자로서 500일 동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정책국장으로 활동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장애운동과 만난 과정을 탐색-직면-이해-연결이라는 네 단계로 나눠 각 단계마다 자신이 경험한 일을 풀어낸다. 독자는 자연스레 장애운동을 숙고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연구자답게 각 단계마다 ‘데모(시위)는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정치학·행정학의 이론을 곁들여 답한다. 지체장애인 당사자이자 연구자이던 스스로가 ‘불복종’하는 장애시민이 되기까지 활동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더하며 던진 질문일 것이다. 독자는 이 질문에 함께 답을 찾아가며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계단과 턱을 만났던 저자에게 공감하게 된다. 장애운동, 나아가 인권을 사수하는 모든 종류의 운동과 저항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책 속에는 저자가 만났던 여러 장애운동 활동가들이 등장한다. 저마다 강한 개성을 지닌 활동가들을 만나며 저자는 투쟁과 민중, 열사와 시위 같은 낯선 단어를 이해하게 된다. 차별과 소수자 지우기에 불복종하는 ‘못된 장애인’은 연대를 통해 성장한다.

저자는 책 말미에 이르러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세상과 불화해 본 모든 이들이 던져 볼 법한 질문이다. ‘어떻게 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활동가는 당장 거대한 국가와 체제를 마주한다. 투쟁의 타당성이 성립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승리를 맛보기란 드문 일이다. 그럼에도 활동가들은 우리 사회가 고민하지 않는 문제들에 질문을 던지며 투쟁을 이어 간다. 어쩌면 예견된 패배 앞에서도 운동을 지속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는 방법을 고민한다는 건 운동과 활동가들이 남길 무언가가 결국 희망이 될 것이라는 소망 혹은 확신때문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세상과의 만남이 결코 순탄치 않았던 모든 이들을 위한 변론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이기는 시대에 ‘지는 방법’을 고민하는 어리석은 활동가들. ‘못된 장애인’이자 저항시민인 어떤 ‘동지’의 이야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