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6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을 맞는다. 법 시행 이후 59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65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29명이 질병을 앓고 있다. 그런데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건은 27건에 불과하고 고작 1건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을 뿐이다. 노동자 생명의 무게에 비해 여전히 경영책임자 처벌의 무게는 가벼웠다.

산재사망 사업장 절반 이상이 중대재해 ‘되풀이’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사고가 57건으로 65명의 노동자가 희생됐다. 급성중독 같은 질병사고는 모두 2건으로 29명의 노동자가 피해를 입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 2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31명이 숨졌다. 질병사고 2건(29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중대산업재해 가운데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8%로 가장 높다. 건설업은 22건(37.3%), 기타업종은 10건(16.9%) 순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반복되는 산재사망 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27일 이후 최근 5년간 중대재해가 발생한 이력이 있는 기업에서 일어난 중대산업재해는 모두 31건으로 전체 중대재해의 절반 이상(52.5%)을 차지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10건 중 6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같은 사업장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65명 가운데 원청 소속 노동자는 22명, 하청노동자는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43명이다.

경영책임자 입건 27건, 구속수사 0명
증거인멸 의혹 삼표산업도 구속영장 기각

이렇게 산재 사망사고가 되풀이되는 이유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경영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수사현황을 보면 지금까지 발생한 59건의 중대산업재해 가운데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급성중독 사고로 노동자 16명이 간 손상 등의 직업성 질병에 걸린 두성산업 사건뿐이다.

59건의 중대산업재해 가운데 43건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입건됐고 27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경영책임자 등이 입건됐다. 이 가운데 노동부는 14건에 대해 17차례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한 구속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3월14일 두성산업 대표에 대해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사건인 삼표산업의 현장소장에 대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노동부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지난 3일 의정부지법에서 기각됐다.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아이폰 잠금 해제를 거부하고, 증거인멸까지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영장을 기각한 의정부지법쪽은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대상자들의 주거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다”며 “수사에도 성실히 협조했다”고 밝혔다.

권기섭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00일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영책임자는 현장에서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인력과 예산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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