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부터 선출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는 조합원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 노동계 저항이 예상된다.
1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최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시행령 개정 태스크포스(TF)는 노동이사의 조합원 자격 박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법 2조 “사용자·이익대리자 노조 안 돼”
주된 근거는 법률상 충돌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2조에서 사용자나 사용자 이익 대리자를 포함하면 노조 지위를 상실하도록 하고 있다. 임원은 경영진이라 사용자 이익을 대리하는 자로 볼 수 있고, 임원을 가입시키면 노조 지위를 잃는다. 이렇게 해석하면 노동이사도 엄연한 경영진이라 마찬가지다.
법률의 구조상 시행령으로 이를 뒤집을 수는 없다. 시행령은 모법의 위임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규정을 정한다. 공공기관운영법에서 노동이사는 노조법 2조를 적용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특례조항을 두지 않는 이상 시행령으로 모법도 아닌 다른 법률의 규정을 벗어난 조항을 둘 수 없다. 애초에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국면에서 이런 점까지 포함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다만 당시에는 노동이사 제도 도입 자체가 불투명했던 시기라는 특수성이 있다.
이미 지방자치단체 노동이사는 조합원이 아닌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노동이사는 법률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조례에만 기대어 만들다 보니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못하는 하자가 존재했던 셈이지만 이제 와서 이 하자가 표준처럼 작동하는 격이다. 노동이사의 조합원 자격 박탈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남태섭 공공노련 정책기획실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노동이사가 조합원 자격을 잃으면 우선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이사회에 포섭돼 노동자의 경영참여라는 제도 취지가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자를 대표해 이사회에 들어갔지만 경영진의 한 명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 의견도 수렴했다는 들러리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이런 이유로 외국에서는 조합원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방공기업법 가닥 모았는데 개각·원구성 겹쳐
이와 달리 지방공기업 노동이사제는 여전히 법률근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노동이사를 도입한 지자체가 있지만 정작 법률에는 근거가 없어 지방정권 향배에 따라 노동이사 운용이 좌우될 여지가 있다. 이런 허점을 메우기 위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도 논란은 있었다. 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과 행정안전부가 제출한 안이 현행 지자체 운용 노동이사 제도보다 후퇴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특히 행안부 개정안은 300명을 기준으로 노동이사 정수를 2명 이상으로 한 서 의원 개정안과 현행 지자체 조례 대부분과 달리 공공기관운영법을 인용해 1명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제도를 오히려 뒤흔드는 꼴이어서 비판을 불렀다.
그나마 최근 들어 이런 의견들을 조정한 상황이지만 이번에는 국회 일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대통령선거 이후 정부조직을 새로 하는 국면일 뿐 아니라 21대 국회도 전반기 2년이 지나 후반기 원구성 시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영 의원이 차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돼 상임위 일정에 손을 대기 어려운 사정까지 겹쳤다.
문제는 이렇게 시간을 끌다 보면 그간 지방공기업법 개정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던 게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변춘연 전국공공기관 노동이사협의회 상임의장은 “불가피하게 일정이 겹치면서 법률안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며 “단순히 논의가 지연하는 것뿐 아니라 원구성과 정부 관계자가 바뀌면서 다시 현행 제도와 맞지 않는 행안부 초안 수준으로 후퇴할까 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