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정기훈 기자>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이사회에 노동이사를 포함하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1년 3월 기준 공공기관 350곳 가운데 공기업 36곳과 준정부기관 96곳이 적용 대상이다. 기타 공공기관 218곳은 제외됐다.

추천권은 노조가, 임명권은 기관장이 갖는다. 노조가 2명 이내의 후보를 추천하면 기관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하고 기관장이 최종 임명한다. 임기는 공공기관의 다른 비상임이사와 마찬가지로 2년이고 1년 연임이 가능하다. 노조가 없는 곳은 근로자대표 추천 또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로 후보를 추린다. 현재 공기업 36곳은 모두 노조가 있고, 준정부기관 가운데 10곳은 노조가 없다. 법률 공포 6개월 뒤에 시행한다.

“이사회 이원화 비롯해 의미 축소 시도 부적절”

전문가들은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노동자 경영참여와 일터 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시금석이 놓였다고 평가한다. 제도 안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도 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이해관계자로서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당연한 권리”라며 “노동이사제를 국내 현실에 맞게 운용할 수 있도록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제기되는 이사회 이원화에는 선을 그었다. 이사회를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로 이원화하고 노동이사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독일에서 주로 시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독일의 노사관계와 노조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독일의 노사동수 이사회 구성 같은 대목은 간과한 채 노동자 경영참여를 제한하려는 논의는 현 시점에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보다는 제도 정착과 확산을 위한 관심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코앞의 과제는 기획재정부의 시행령 개정과 각 기관의 정관·규정 개정이다. 국회는 법안심사 과정에서 노동이사 추천을 노조가 2명 이내로 하도록 했다. 3명 이상을 추천해 사실상 기관장 선택권을 강조하는 것보다 노조 추천권에 더 비중을 두려는 의도다. 정부는 이를 수용했지만 실제 시행령 개정에서 어떻게 반영할지 지켜봐야 한다.

노동이사제가 주주 권익 침해? 각론 봐야

더 중요한 대목은 상장 공기업의 정관 개정이다. 국민의힘과 재계는 줄곧 주주총회 의결로 임원을 선출하는 상장 공기업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은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제도가 일률적으로 충돌한다고 보기 어렵고 각 기관의 정관에 따라 다르다”며 “비상임이사 선출을 주총에서 하는 일부 상장 공기업 정관이 침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여지가 있지만 비상임이사를 기관장이 임명하는 상장 공기업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기재부 지침을 통한 정관 개정이 필수다. 노동계가 앞으로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또 다른 과제는 적용범위 확대다. 국회를 통과한 공공기관운영법의 원형이 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기타 공공기관도 포함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기타 공공기관 제외를 제안해 받아들여졌다. 다만 도입을 막은 것은 아니라서 기관 개별 노사의 합의로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 확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산업사회학)는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의 출발은 재벌 같은 반민주주의적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할 견제와 정보전달 장치 마련이었다”며 “이번 도입은 범위와 영향을 가장 최소화한 수준이다 보니 민간사업장 이식은 매우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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