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부터 방문판매원을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가 산재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서 5년간 918억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방문판매원·대여제품방문점검원·방문강사·가전제품설치기사·화물차주 27만8천명의 향후 5년간 재정소요를 추계해 이같이 밝혔다. 산재보험은 노동자의 임금에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고용보험과 달리 다소 복잡하다. 우선 각 업종에 따른 월 보수액을 책정하고, 재해율에 따른 보험료율을 차등 적용한다. 산재 위험이 높은 업종은 보험료율이 높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보험료를 사업주가 모두 납부하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는 절반을 부담하는 차이도 있다.

더 다치는 노동자가 더 내는 제도

이 때문에 적용제외 노동자가 변수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본인이 원하면 별다른 사유 없이도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 산재보상을 받을 수 없지만,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아직 올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적용제외 신청 규모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예산정책처는 이 때문에 지난해까지 적용을 받았던 특수고용업종의 적용률 32.1%를 적용해 비용을 추계했다. 이에 따르면 방문판매원은 2만명이 적용 대상으로, 월 보수액은 159만7천500원, 보험료율은 0.92%다. 이들이 올해 납부할 보험료는 약 32억원으로 전망했다. 산재보험 적용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업종은 화물차주다. 5만명이 월 보수액 431만원과 보험료율 1.93%를 적용받아 499억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5개 업종의 올해 전체 예상 수입액은 569억원이다. 다만 올해 7월1일부터 적용한 것을 감안해 실제로는 절반인 285억원을 수입액으로 추계했다. 이런 방식으로 2024년까지 보험료 수입액을 합산하면 2천580억원 규모다.

정부도 재해율 기준에서 소득기준 징수 ‘고민’

보험료 지출도 마찬가지 방식을 썼다. 예산정책처는 수입과 마찬가지로 지출에서도 유사 직종의 수급률을 적용해 올해 386억원을, 2024년까지 3천498억원을 지출할 것으로 계산했다. 수입액과 비교하면 약 918억원이 더 지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예산정책처는 이 같은 규모가 산재보험의 재정건전성을 뒤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산재보험기금은 매년 1조~2조원 규모의 재정수지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적립금도 2018년 기준 17조8천912억원이다. 연평균 증가율이 14.9%다. 윤주철 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 문제가 제기될 우려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정부가 발표한 재해율 외에도 10배 이상의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산재를 당하고도 일자리를 잃을까 우려해 산재가 아닌 건강보험을 신청하는 노동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놓치고 있는 산재가 많은 상황에서 현재 수준만 놓고 재정이 건전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업종별 형평성도 문제다.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며 더 많이 다치는 업종 노동자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는 현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방식이 아닌 건강보험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처럼 소득에 기반해 보험료를 책정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방안을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보험료율을 현행 방식에서 소득을 기반으로 징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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