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뒤 재매각을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이 직원 700여명을 정리해고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노동자들이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고용유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위원장 박이삼)는 정의당과 함께 2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천600명 중 400명 만 살리겠다는 기업해체 수준의 인력감축 시도를 중단하고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하라”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사측은 올해 상반기 항공기 9대를 반납한 데 이어 8대를 추가 반납해 6대만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력도 400여명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남은 1천136명 노동자 중 700명을 추가 감축하기로 하고 5일 뒤인 이달 31일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고 예정일은 9월30일이다.

사측은 희망퇴직자 접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하반기 코로나19의 완화, 각국의 격리 해제, 2022년 코로나19 종식을 전제로 2021년에는 항공기 13대, 2022년에는 15대로 운영하는 등 경영을 회복할 계획이다. 필요인력 충원시 희망퇴직자에게 재고용 우선순위를 준다는 게 사측 입장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상반기에 이미 500여명을 인력감축하고도 추가로 700여명을 감축하는 것은 1천600여 직원 중 4분의 3을 줄이는 기업해체 수준의 구조조정 계획이며, 이스타항공 노동자의 생존권을 철저히 짓밟는 짓”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7개월분 체불임금 해결 계획이 없고 추후 재고용 약속은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사항일 뿐 쉽게 어겨지는 일들이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이용하고 고통을 분담한다면 구조조정 인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전에 신청하지 않았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면 많은 비용부담 없이 고용유지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종사의 경우 6대 항공기 운항에 80명의 조종사가 필요하다. 코로나19가 호전될 때까지 240명이 3개조로 나뉘어 1개월을 일하고 2개월을 쉬는 무급 순환휴직을 실시하면 고용유지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사측은 제주항공이 매각을 포기한 상태에서 인수자를 찾기 위해서는 회사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상태다.

박이삼 노조위원장은 “이스타항공을 살리기 위한 고통분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3일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후 이달 18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다음달 법정관리 신청을 목표로 재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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