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이 끝나면 정리해고 수순을 밟는 회사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인천·김포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과 기내물품 탑재 업무를 수행하는 ㈜에어케이터링서비스(ACS)가 지난달 30일 폐업을 공고했다. 폐업일자는 9월30일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종료일부터 약 한 달 뒤다. 해당 기간 동안 인력에 변동이 있으면 회사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온 휴업수당을 모두 토해 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는 8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CS는 폐업을 철회하고 고용유지방안을 전향적으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ACS는 아시아나 기내식을 생산하는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 도급계약을 맺은 회사다. 아시아나항공 임원이 퇴직 뒤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196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이들 중 절반이 지난달 노조에 가입했다. ACS가 폐업하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정리해고 계획 밝힌 지 6일 뒤 폐업 통보”

ACS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종료일인 8월27일이 되기도 전인 같은달 24일 정리해고 계획을 먼저 알렸다. 희망퇴직·육아휴직 등의 신청접수와 동시에 정리해고를 협의할 근로자대표를 선정한다는 내용이다. “희망퇴직 및 구조조정 관련 안내”에는 전체 인원의 30% 정도가 잔류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ACS 노동자들은 “배신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4인 가정의 가장이라고 소개한 이상원씨는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수습기간을 거쳐 근무의 반 이상을 새벽 5시에 출근해 15시간 연장근무하며 일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3월부터 8월까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휴업 전 평균임금의 50%도 안 되는 월급으로 근근이 버텼다”며 “그런데 회사는 회사만 믿고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버틴 직원들에게 해고금지 기간에 권고사직과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ACS 노동자들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노조를 찾았고 지난달 25일 ACS지회(지회장 이내규)를 결성했다. 노조는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근로자대표 선출을 위한 투표도 진행됐다. 그런데 회사는 노조 조합원이 근로자대표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표를 돌연 중단했다. 개표 결과를 확정하지 않은 회사는 갑자기 8월30일 폐업을 통보했다. 다음 날에는 전 직원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노조는 “(노조설립 시점부터) 불과 며칠 만에 근로자대표 선출을 중단하고 폐업을 통보한 점은 노조탄압을 위한 폐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용자 손에 쥐어진 고용유지제도, 힘 못 써”

고용을 유지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ACS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이미 유급휴업을 시행했기 때문에 무급휴직 최대 180일 동안 평균임금 50% 범위 내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다. 노조의 요구로 노사가 함께 지난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을 찾은 터라 회사도 이를 알고 있다.

문제는 결국 고용안정지원 제도가 사용자 의지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 하청의 하청업체인 케이오 노동자 6명은 지난 5월11일 회사가 제안한 무기한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거부했다가 정리해고됐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기내 청소와 수하물 분류작업을 했다. 케이오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ACS라고 상황이 더 나은 것은 아니다. 회사는 직원 통상임금의 30%가량을 공제해, 회사가 부담해야 할 휴업수당 10%를 상쇄했다. 이상원씨는 “회사는 정리해고·임금체불로 압박하며 ‘임금 반납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종용했다”며 “심지어 휴업기간 중 강제로 연차를 소진하게 했다”고 말했다. A씨의 7월 급상명세서를 보면 159만7천원의 휴업수당 중 62만6천원이 공제됐다. 업무를 지속하던 이들은 공제금액 탓에 휴업수당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아야 했다.

이내규 지회장은 “9월 실업대란 1호 사업장이 된다면 정부의 지원제도도 무용지물이 되고, 회사의 폐업은 일상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노동자를 살릴 수 있다”고 해결을 촉구했다.

김태인 영종특별지부장은 “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들은 한 달 몇천 만원 때문에 회사가 폐업 위기에 몰리는데 아시아나항공은 2조원 지원을 운운하는 이 불공평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며 “항공산업 생태계가 망가지지 않으려면 다단계 하청구조 변화까지 포괄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ACS가 폐업하면 (기업에) 정부 지원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파기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CS는 “노조와 논의 중에 있다”며 “폐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GGK 관계자는 “ACS가 폐업 및 계약 중도해지를 결정해 GGK에 통보한 상황”이라며 “우리도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ACS쪽에 폐업 및 계약 중도해지 통보를 철회하고 기존대로 12월 말까지 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있는지 재차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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