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업과 공기업 자회사 청년 노동자들이 9일 서울 서대문구 소셜팩토리에서 토론회를 열고 입직 경로에 따른 공정성 시비는 허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재 기자>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에게 쏟아지는 차별과 혐오에 숨을 죽였던 공기업과 공기업 자회사 청년노동자들이 입을 열었다. 이들은 입직 경로에 따른 차별과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임금·복지 차별은 공정한 것이냐고 한국 사회에 되물었다.

진보당·청년전태일·한국청년연대·청년하다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소셜팩토리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논란에 대한 청년긴급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았다.

이들은 입직 경로를 나누는 공정성 시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구의역 김군’의 동료인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장은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노동자도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자격증을 공부하고 경쟁을 통해 입사해 몇 달씩 교육을 받는다”며 “입사 뒤에도 수년간 근무하며 직무 적합성을 검증한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그간의 차별을 해소할 기회의 평등이자 공정성”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공채에 응시해 입사하는 것만이 공정한 채용은 아니란 얘기다.

노사 알아서 하라는 정부 탓에 혐오·차별만 커져

애초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업무를 비정규직에 전가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한 게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방두봉 공공운수노조 지역난방안전지부장은 “난방 열배관을 점검하다 뜨거운 온수를 뒤집어쓰고 화상을 입고 다치기 일쑤인 노동환경에 노출된 지역난방안전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복지를 개선하는 게 공정성”이라며 “2018년 12월 백석역 열배관 파열 인명사고 뒤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난방안전 노동자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해 2인1조를 꾸리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동자들은 입직 경로에 따른 공정성 시비만 부각해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가려졌다고 했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상임대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논란에서 불공정에 분노하는 청년은 적어도 각종 시험을 준비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청년”이라며 “고교 졸업 뒤 바로 생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청년에겐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부가 이 같은 논란을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지회장은 “서울교통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정부는 쏙 빠져 있다”며 “노사가 알아서 하라는 정부 태도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인 비정규직 청년은 정규직의 임금과 복지를 갉아먹는 존재가 돼 혐오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논란이 서울교통공사에 이어 지금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도 나타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며 “정규직 전환은 청년의 신규채용 기회를 뺏는 게 아니라 외주화했던 생명·안전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정적 일자리 소멸이 취준생 분노의 배경”

행사를 주관한 진보당쪽은 아예 공정성이라는 프레임이 허구라고 비판했다. 송명숙 진보당 공동대표는 “공정성은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상대적”이라며 “상대적 기준 때문에 위험한 업무를 안전한 상황에서 진행하고,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요구가 지워지고 왜곡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성 시비의 원인은 안정적인 일자리가 소멸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취업준비생의 분노도 여기에 기인한 만큼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한 연대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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