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송옥주·이수진 의원실 주최로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 현장의 대응과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권미경 연세의료원노조 위원장이 현장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달 16일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1년을 맞는다. 사용자든, 노동자든 직장에서 힘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다. 그런데 법 시행 1년을 맞아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 적용 대상을 사용자와 노동자로 한정해서는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짓밟는 직장 갑질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직장과 이해관계 있는 입주민·고객·원청
제3자 갑질도 금지하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9일 직장내 괴롭힘 금지 적용 대상에 제3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근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직장과 이해관계가 있는 고객·도급인·사용인 또는 입주민 등에 의한 괴롭힘을 제3자에 의한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이 같은 행위가 발생하면 사용자가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또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도급·위임 및 그 밖의 계약에 해지를 못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고용노동부가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제3자 괴롭힘은 개인 간의 분쟁으로,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는 근기법의 규율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용자도 직장내 괴롭힘 금지 대상의 한계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행복한 일 연구소와 송옥주·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월간 노동법률이 공동으로 주최한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 현장의 대응과 향후 과제’ 포럼이 열렸다. 마우성 철도공사 윤리경영부장은 “현실은 원·하청 관계나 모·자회사 관계에 있는 다른 회사 직원들이 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데 법은 이와 관련한 괴롭힘 행위는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희 한국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도 토론문에서 “노동부의 ‘직장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은 새로운 유형의 괴롭힘 양상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원격근무나 크라우드워크 같은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일 사업장 구성원이 아닌 관계에서 발생한 괴롭힘이나 물리적 사업장 영역이 아닌 다양한 거래처 소속 노동자가 모여 있는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서 이뤄지는 괴롭힘 등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응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처벌조항 신설해 실효성 높여야”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일하던 스물두 살 노동자 고 서지현씨는 지난 3월 같은 직장에 다니는 가해자의 실명과 함께 “오리온이 너무 싫어. 그만 좀 괴롭혀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노동부 익산지청은 조사 결과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행위가 인정되지만 처벌은 할 수 없다며 지난달 사건을 검찰에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감독·팀닥터·선배들의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도 경주시체육회와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조항이 없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으로는 그를 구할 길은 없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가 “근기법에 괴롭힘 행위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선언적 의미로 전락할 수 있다”며 “행위자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사용자의 조치 의무 위반에 적절한 제재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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