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의 공구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왔을 때 그의 어머니는 “차라리 컵라면이라도 배불리 먹고 가지 그랬냐”며 목 놓아 울었다. 밥을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할 수밖에 없었던 참혹한 하청노동자의 삶이었다. 이후 4년이 흘렀다. 도시철도 노동자들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언제든지 제2의 김군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9호선 2·3단계(신논현~중앙보훈병원)를 운영하는 서울메트로9호선운영㈜, 김포도시철도를 운영하는 김포골드라인㈜, 서해선 부천 소사~안산 원시 구간을 운영하는 소사원시운영㈜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회사다. 이들 회사는 서울교통공사와 3~5년마다 위수탁계약을 맺는다. 이들 회사 노동자들은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2인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소사~원시 구간 12개 역 중 8개역사에 역무원은 1명뿐이다.
이 가운데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의 계약기간이 8월31일로 끝난다. 서울지하철 9호선의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김군의 생일인 2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연다. 서울메트로9호선운영㈜ 계약만료에 맞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지방선거에서 공약했던 9호선 공영화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하는 자리다. 시민대책위는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가장 먼저 안전을 위한 예산과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민간위탁이라는 위험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