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강예슬 기자

“어느 점포를 구조조정할 건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에요. 소문만 무성해요. 빅마켓(창고형할인점) 하나가 폐점 대상에 포함됐으니, 우리 점포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들이요. 관리자들에게 물어봐도 우리도 모른다는 답변뿐이고…. 뉴스 나오면 퍼나르고만 있어요.”

롯데마트 창고형할인점인 ‘빅마켓’에서 6년째 일하는 김지연(54·가명)씨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롯데쇼핑이 롯데마트 양주점·천안아산점·VIC신영통점(창고형할인점)을 6월까지 폐점하고, 연내 15개 매장을 폐점한다는데 자신이 일하는 곳이 포함될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롯데마트는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폐쇄 점포 직원을 반경 40킬로미터 내 매장에 배치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장 노동자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김씨는 “지금도 어떤 부서에 인원이 없다고 하면 내부 다른 부서 인원을 배치하면서, 신규인력 충원은 하지 않고 있다”며 “관리자급 직원들까지 주변 매장에 재배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롭스(헬스&뷰티스토어)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2월13일 700개 오프라인 매장 중 ‘비효율 점포’ 200여개(약 30%)를 5년 내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계는 폐점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회사가 노조에 구조조정 로드맵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사협의를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희망퇴직 대상 될까 불안”

롯데마트는 매장 규모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직영 직원 100~200명이 일한다.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300~400명이 근무한다. 그런데 롯데쇼핑은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내놓고 있다.

14년째 롯데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엄영숙(46·가명)씨는 회사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는 소문에 모두가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앱에는 최근 “(롯데마트) 희망퇴직 대상·보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는데, 자신이 희망퇴직 대상[40세·SA(대리)·현직급 7년 이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엄영숙씨는 “블라인드 글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해 보니 대리 10년차 이상 450명 중 일부에게 희망퇴직하라는 식의 통보가 갔다는 이야기도 있고, 회사가 직원들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일부러 올렸다는 말도 있고 소문이 무성하다”며 “연차가 좀 되는 직원들끼리 모이면 ‘옷 벗고 나가야 하는 거 아닌지’ ‘지금 나가면 뭐해 먹고살지’ 같은 이야기만 한다”고 전했다.

폐점 뒤 40킬로미터 반경의 다른 매장에 배치돼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김지연씨는 “하루 7시간씩 주 5일 일해 한 달에 세금 다 떼고 150만원 정도 받는다”며 “아직 아이가 대학생이라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 일을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된다”고 우려했다.

▲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강예슬 기자


“구조조정 계획 공개 안 하는 롯데마트”

마트산업노조 롯데마트지부는 2월25일 회사에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규탄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리고 △2020년 진행할 매장 구조조정 계획(시기별 예정 계획안, 검토 중인 후보매장 리스트) △구조조정 대상 점포 선정 기준과 요건에 대한 일체 내용을 요구했다. 그런데 회사는 3월2일 “롯데쇼핑 구조조정 전략에 따른 2020년 마트사업부 계획은 중·장기 진행 계획으로 구체적 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검토 단계”라고 답변했다. 노조가 요구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현숙 지부 사무국장은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구조조정에 관한 구상에 들어갔고, 11~12월에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며 “최근 퇴사한 실버사원의 경우 매년 12월 말 계약을 갱신해 1년 단위 기간제로 근무해 왔는데 2019년 12월 계약갱신 당시에는 계약기간을 1년이 아닌 3개월로 썼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만 55~60세 은퇴자를 대상으로 실버사원을 모집했다. 모집 당시 만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실버사원은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왔다. 전체 실버사원 38명 중 36명이 3월31일자로 계약이 종료됐다. 이 사무국장은 “가장 손쉽게 감축할 수 있는 인력을 먼저 잘라 냈다”며 “회사는 (구조조정에 관한) 기본적인 구상과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10년 전부터 포화상태, 구조조정 예상됐던 상황”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오프라인 유통매장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포화상태였다”며 “마트 구조조정은 시점이 문제였을 뿐 예상됐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부소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현대자동차가 노조와 전주·울산 공장에서 자동차를 몇 대 만들지 협의하는 것처럼 업무 재배치·고용 문제는 노조와 교섭하거나,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의 교섭대표노조는 롯데마트노조다.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이 온라인 쇼핑 성장과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른 시대적 흐름인 만큼 노동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진 부소장은 “(유통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은) 롯데마트뿐 아니라 유통산업 전반의 문제인 만큼 개별 기업이 교섭으로 구조조정을 막기는 어렵다”며 “노동계가 나서 정부가 산업정책 차원에서 (유통산업) 재구조화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측에 폐점계획과 관련해 답변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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