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 특례제도를 운영하면서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사 서면합의가 없는데도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거나, 11시간 연속휴식시간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택시업계에 몰린 근로시간 특례 적용

26일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특례업종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근로시간 특례를 유지하고 있는 업종에 대한 조사 내용이 담겨 있다. 연구용역은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수행했다.

2018년 7월부터 26개였던 특례업종은 5개로 줄었다. 특례를 유지하고 있는 업종은 △육상운송업(노선여객자동차 제외)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 △보건업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실제 근로시간 특례를 활용하고 있는 업종은 많지 않았다.

택시업종의 경우 설문조사한 245개 업체 중 105개 업체(42.9%)의 노사가 특례업종 11시간 연속휴게시간이 적용된 2018년 9월 이후 특례적용에 합의했다. 전세버스 업체는 134개 업체 중 45개(33.6%), 물류터미널 운영업체는 78개 업체 중 23개(29.5%), 병원은 17곳 중 6곳(35.3%)이었다.

성과에 기반한 급여체계를 운영하는 택시업체나 전세버스 업체가 주로 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택시업계는 특례 관련 법규정을 위반하는 정도가 심각했다.

노동자 37% “특례 노사합의 유무 몰라”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초과근로가 발생하는 비율을 보면 특례에 합의한 사업장은 41.4%로, 특례에 합의하지 않은 사업장 42.1%보다 오히려 낮았다. 노사가 특례적용에 합의하면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례에 합의하지 않은 사업장 노동시간이 적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노동자 비율을 봐도 특례 합의 사업장이 59.3%로, 미합의 사업장 61.6%보다 낮았다.

연구에 참여한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상당수 택시업체들이 근로시간 특례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노사 서면합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동자들은 노사합의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고 있었다. 설문에 응한 택시운전 노동자 531명 중 167명(37.4%)은 특례합의 유무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노동자의 주 52시간 초과 비율은 66.7%인 반면, 그렇지 않은 노동자는 33.3%였다.

특례에 대한 노사합의 유무를 파악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오히려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1인 1차제가 연속휴식 막아”

특례를 유지하는 5개 업종의 사용자는 노동자가 일을 끝낸 뒤 다음 업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연속해서 11시간 이상의 휴식을 줘야 한다. 그런데 특례적용에 합의한 뒤 초과근로를 하는 택시사업장의 경우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하지 않는 사업장 비율이 71.1%나 됐다. 특례적용을 합의하지 않고 초과근로를 하는 업체는 87.6%나 연속휴식을 주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이문범 공인노무사(법무법인 이산)는 “설문에 응한 업체의 40%가량이 운영하고 있는 1인 1차제로는 11시간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사가 합의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노용진 교수는 “실제 필요로 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특례를 시행하되, 노사 서면합의와 11시간 연속휴식 보장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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