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정비부품지회

한국지엠이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추진하는 부품물류센터 통폐합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세종·창원부품물류센터와 제주부품사업소에서 담당하는 물류를 한 곳(세종부품물류센터)으로 일원화할 경우, 물류 과부하가 걸리고 배송지연과 서비스 질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비용 상승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와 내수판매에 타격을 입게 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물류비용 상승·서비스 지연 예상

13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회사는 창원물류센터·제주부품사업소를 폐쇄한 뒤 세종물류센터로 통폐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규모가 가장 컸던 인천물류센터를 먼저 폐쇄하고, 세종물류센터로 통합했다.

회사가 내세우는 통합 이유는 효율성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미국 PDC(물류창고)와 데포(Depot·부품사업소) 등을 (한국과) 비교했을 때 효율적 운영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속 적자를 내면서 운영할 순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미국의 국토 면적보다 98배 작은 한국에 굳이 대형 물류창고를 여러 개 둘 필요가 없다는 인식인 셈이다. 회사는 지리적으로 중심부에 위치한 세종에 물류창고를 두면 전국으로 부품을 보내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지역 부품·정비 협력업체들의 말은 다르다. 지난해 인천물류가 세종물류로 통합된 뒤로, 전반적으로 부품을 공급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그간 인천물류에서 익일로 부품을 받았던 강원지역 부품·정비업체들은 지금은 평균 5일 이상 걸려 물건을 받는 경우가 잦다는 설명이다.

평소에도 풍랑 등 기후 악화시 부품공급 기간이 늘어나 고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제주도의 경우 중간 저장창고인 제주부품사업소마저 없어질 경우 심각한 부품 공급 지연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2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주최한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한 업체 관계자는 “인천물류센터 폐쇄 이후 제주지역 부품공급이 더 늦어졌다. 급해서 택배로 받으면 택배비 또한 업체들에게 부담시켰다”며 “중간 저장창고가 없어지면 그 시일은 더 늦어지고 택배비 등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국지엠은 창원물류센터·제주부품사업소 폐쇄시 농협물류 순회차로 정비센터·대리점을 순회하며 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운송료가 현재 제주부품사업소 임대료(월 400만원)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천물류센터 임차료 때문에 폐쇄하더니
세종물류센터 임차료 증가 


한국지엠지부는 물류센터 통폐합이 비용 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인천물류센터를 세종물류센터와 통합한 뒤 세종센터 임차료가 폭등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회사는 인천센터 폐쇄 이유로 과도한 임차료(월 2억2천만원) 부담을 꼽았다. 그런데 인천센터를 통합한 뒤 세종센터 임대공간이 더 넓어지면서, 세종센터 임차료가 대폭 올랐다는 게 지부 설명이다.

실제 인천센터 폐쇄 직전 월평균 4억9천만원이던 세종센터 임차료가 최근 6개월 사이 6억1천만원으로 1억2천만원 올랐다.

지부 관계자는 “창원센터는 한국지엠 창원공장 부지 공간을 사용하고 있어 임차료가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며 “여기를 폐쇄하고 세종센터로 통합할 경우 임대공간이 더 넓어지면서 임차료 비용은 치솟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은 “인천센터는 물론, 창원센터·제주사업소 모두 흑자를 내고 있는 사업소”라며 “적자 내는 사업소도 아니고 물류 흐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을 폐쇄할 경우 협력업체 반발은 물론 고객 불만이 누적돼 브랜드 이미지와 내수판매에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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