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화학노련>
KPX케미칼 경영진이 수년간 법무법인 자문을 받으며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을 한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가 "시장여건에 맞는 임금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대표이사 두 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울산지법은 지난 1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아무개 KPX케미칼 사장과 양아무개 부회장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우레탄 소재 생산업체인 KPX케미칼은 2015년 8월 법무법인과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호봉제 폐지와 신입사원 초임삭감·임금동결·임금피크제 도입을 단체협약안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임금삭감에 동의할 수 없다며 파업으로 맞섰다. 이듬해인 2016년 3월 노사는 임금동결·초임삭감·2017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장기적으로 호봉제 개선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같은해 2노조가 만들어진 뒤 회사는 두 개 노조와 개별교섭을 했다. 기존 노조인 1노조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급 지급기준을 변경하자는 사측 요구를 거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반면 2노조는 사측 요구를 수용했다. 2노조는 경영성과급 310%(통상임금 기준)와 취업규칙개선격려금 100%를 지급하겠다는 추가조건을 받아들이고 그해 12월15일 임단협 조인식을 맺었다.

사측은 2노조 조합원들에게 2017년부터 시행하는 성과급 지급기준을 2016년에도 소급적용해 경영성과급 310%와 취업규칙개선격려금 100%를 추가로 줬다. 1노조 조합원에게는 경영성과급 190%만 차등해서 지급하는 방법으로 1노조와 2노조를 차별했다.

검찰은 "1노조 조합원들에게 집행부에 불만을 야기해 1노조에서 탈퇴할 마음을 먹게 하거나 이로 인해 1노조가 단체협상 등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도록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1노조 운영에 지배·개입했다"며 KPX 사용자측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KPX 부당노동행위는 1노조의 단결력과 조직력·협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며 "단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배제·시정함으로써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회복하려는 노조법 81조4호 취지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같은 법 30조1항 규정에도 저촉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회사가 시장여건 변동에 대응해 유연성 있는 임금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노동자 90%가 새 취업규칙에 동의했으며, 회사 최종 단협안이 1노조원에게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무법인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자문을 받았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인 줄 몰랐다"는 양아무개 부회장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계는 "부당노동행위로 노조가 파괴되고 노조 대의원이 이를 비관해 자살할 정도로 심각한 결과가 빚어졌는데 벌금 500만원은 지나치게 가벼운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사실상 회사노조인 2노조와 부당노동행위를 공모한 법무법인을 검찰이 공범으로 함께 기소하지 않은 것부터가 문제"라며 "다행히 유죄로 처분받았으나 회사가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법무법인 자문을 받아 수년간 지속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했음에도 벌금 500만원에 그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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