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실시한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기업 관계자들이 부당노동행위·장시간 노동과 관련해 노조파괴 의혹을 일축하거나 야근 필요성을 역설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노조파괴 의혹 일축한 KPX홀딩스
"야근 불가피하다"는 넷마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휩싸인 KPX케미칼 지주사인 KPX홀딩스의 양규모 회장을 상대로 "KPX케미칼이 2015년 고용노동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위원을 대표변호사로 둔 법무법인과 자문계약을 체결한 뒤 노조파괴를 도모했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40여년간 연속 흑자를 낸 기업이 2015년 갑자기 위기라며 노조에 임금동결·임금피크제 도입·호봉제 폐지·성과급제 변경·신입사원 초임 삭감을 한꺼번에 요구했다"며 "이런 내용의 제안서를 낸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노동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이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부 정책자문 변호사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양규모 회장은 "2014년부터 화학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식으로 가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 걱정돼 제도개선을 시작했다"며 "직원들 급여수준도 (울산지역에서) 1위고, 생산 직원 급여도 평균 9천700만원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이 "법무법인 자문 이후 노조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며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추궁하자 양 회장은 "법률자문에 의해 (방안을) 도출했지만 불법사항이 있으면 처벌받으면 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아들·손자·손녀의 대규모 주식증여가 "금수저 스토리"라는 한 의원의 지적에도 "국민 감정에는 거슬릴지 모르지만 세금도 다 냈고,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크런치모드'로 일하던 직원이 숨진 후 야근과 주말근무를 모두 없애는 등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발표한 넷마블에서 야근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크런치모드는 소프트웨어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행태를 말한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넷마블 발표 이후 (의원실에서)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넷마블 입주건물 사진을 촬영했는데, 여전히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며 "인력을 충원해 교대제 운영을 하겠다고 해서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다시 확인했더니 불이 꺼져 있었다"고 꼬집었다. 넷마블에서 야근이 사라지지 않은 데다 교대제 운영도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일체 야근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냐"며 "연장근로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서장원 넷마블 부사장은 "전 세계 게임소비자를 상대로 24시간 서비스를 하다 보니 불가피한 야근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면서 "정확한 초과근로수당을 주고 있기 때문에 위법적 연장근로는 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강병원 의원 "삼성 영업비밀 신화 동조한 과거 개혁하라"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문제에 집중해 온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취임 직후 삼성반도체 현장 안전보건진단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과거 삼성 입장을 대변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삼성은 그동안 삼성반도체 안전보건진단보고서를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면서 산재를 은폐해 왔고, 노동부도 삼성의 영업비밀 신화에 동조해 산재입증 자료를 달라는 피해자들의 요구에 눈감았다"고 질타했다.

강 의원은 "최근 노동부가 전향적으로 보고서 공개를 결정한 점을 환영한다"며 "노동부는 삼성 입장만을 대변했던 과거를 어떻게 개혁할 생각인가"라고 질의했다. 김영주 장관은 "영업비밀 판단을 기업이 아닌 전문가에게 맡기고, 산재 피해자와 국회에서 (자료를) 달라고 하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 의원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81만 일자리 창출 등 문재인 정부 고용정책을 살펴보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 벌써부터 정책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정부 설명과 달리 매우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 의원은 "정부가 구체성이 결여된 채 가이드라인만 가지고 지침만 내리는 것이 문제"라며 "전국 852개 기관에서 전환 대상을 급하게 정한 뒤 로드맵을 추진하다 보니 차질이 생기고, 정규직 전환기준과 예산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규직 전환 규모를 정해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과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81만개라는 숫자에 집착해 시행계획이 미뤄지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김영주 장관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핵심증인 빠진 "맹탕국감" 비판도

한편 이날 환노위 국정감사는 파리바게뜨 불법파견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자들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사장(삼성백혈병 문제) 등 핵심증인들이 모조리 빠진 채 진행돼 첫날부터 "맹탕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국감 시작 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강원랜드에서 벌어진 채용비리는 역대 최악"이라며 "국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데, 강원랜드 사장 증인채택이 불발됐다"고 지적했다. 도 "SPC는 허영인 일가 4명이 지분 100%를 다 가진 회사"라며 "5천명 노동자들이 그간 겪은 불법행위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이 자리에 허 회장을 불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상임위에서 최대한 의원들의 증인신청을 받자고 했고, 그게 안 되면 어떤 사유로 불발됐는지 기록으로 남기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대기업 총수를 불러 망신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증인채택을 하자는 데 왜 불발됐는지 책임 있는 의견을 들어야겠다"고 거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증인 선정 과정에서 간사 간 합의를 전제로 협의를 진행했는데 실질적으로 협의를 했으나 합의를 못한 게 있다"며 "(환노위 간사) 4명 중 1명이라도 반대하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쌍방이 서로 (증인 문제를) 못 받아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강원랜드 부정채용은 명백한 증거가 드러났는데도 환노위에서 다뤄지지 않아 제가 증인신청을 했다"며 "증인을 불러 사실확인을 할 수 있도록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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