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 노조탄압 논란은 삼성그룹 구조조정으로 촉발했다. ‘S그룹 노사전략’으로 대표되는 삼성그룹 사례와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한화그룹은 2014년 11월 방위산업 계열사인 삼성테크윈을 인수하기로 삼성그룹과 합의했다. 구조조정 불안감을 느낀 노동자들은 같은해 12월12일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를 설립했다. 나흘 뒤에는 기업별노조인 한화테크윈노조가 만들어졌다.

옛 한화테크윈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29일 공개한 문건 중 하나인 ‘차기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방안’을 2016년 3월29일 작성했다. 2015년 1월부터 시작된 기업별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금속노조 조합원은 '하위고과'

사측이 선택한 방법은 기업별노조 조합원과의 차별을 통한 금속노조 탈퇴 유도였다. 사측은 ‘금속세력 축소방안’으로 “금속 vs 非금속 간 유·무형의 차별처우 및 클린존 추진 등 전방위 탈퇴 압박”을 강조했다. 회사에 비협조적인 조합원에게는 △하위고과 배분 △업무재배치 및 업무실적 관리 철저 △저성과제 운영 △갈등상황 유도 같은 계획을 마련했다. “핵심업무는 비조합원과 기업노조 중심으로, 주변업무는 금속노조 대상으로 업무조정”이라는 내용도 문건에 담았다.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하위고과를 주는 효과는 “非금속 동기들과의 확연한 격차 유도(평가·급여·승진 등)”라고 문서에 적시했다.

이런 차별행위는 실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테크윈지회 설립 초기부터 핵심역할을 한 권오택 사무장에게는 ‘회사 역사상 최초의 대졸 9년차 사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2011년 입사 동기들은 모두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한 반면 권 사무장은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측이 악의적으로 승진을 누락해 본보기를 만든 것”이라며 “동기들은 모두 내년 과장 승진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분열 유도, 차기 지도부 키워라”

사측이 노조 간 차별처우와 함께 주요하게 시도한 것은 지회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차기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방안’ 문건에 ‘갈등촉진 프로그램 운영방안’이라는 문건이 첨부돼 있다. 차별이 노조탈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 갈등 촉진은 “계파분열 유도 및 차기 지도부 육성”이 목표였다.

축구나 테니스 같은 각종 소모임을 활성화한 뒤 지회 지도부와 접촉할 수 있는 인물을 발굴하는 것이 첫 단계였다. 사측이 발굴한 직원을 중심으로 점조직을 구축해 적합한 인물을 선정한 후 "차기 지도부로 육성"하거나 "현 지도부 분열시 계파 관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집행부와 조합원 또는 집행부와 집행부 간 “불신관계 형성”을 목표로 삼았다. 심지어 지회 집행부 12명과 대의원 8명을 담당하는 ‘접촉자’까지 선정했다.

사측은 문건 ‘세부 접촉방안’에서 권오택 지회 사무장을 담당한 직원은 권 사무장의 입사 동기인 ㅈ씨였다. ㅈ씨는 권 사무장에게 식사를 하자며 접근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권 사무장은 식사 요구를 거절했다. 그는 “만약 밥이나 술을 먹었다면 사측이 매뉴얼에 따라 나를 이용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이 ‘현장관리자 우군화 방안’ 등을 시행하자 2015년 지회 조합원 106명이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2016년에는 기업별노조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방안이 가동되면서 208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사측 계획과 달리 삼성테크윈지회는 소송 끝에 2017년 10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했다. 올해 4월에는 사측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창원지법 판결이 나왔다. 그럼에도 지회는 2017년 단체협약과 2018년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정미 의원은 “한화그룹은 친사용자 노조를 설립해 노조를 파괴하는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수법을 들여왔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치밀하게 시행했다”며 “하위고과 강제배분과 승격누락, 잔업·특근 배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노동부가 서둘러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삼성테크윈지회는 지난 28일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 앞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당노동행위 중단과 노조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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