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이곳에서 차례를 지내면서 곳곳에서 통곡 소리가 나왔어요. 울음바다였죠.”

“차례를 지내는데 맏며느리 분들이 많이 우시더라고요. 명절에 가족들 뒤치다꺼리하다가 안 해도 되니 마음 편할 줄 알았는데 안 그렇다고 하시면서요.”

15일 오후.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를 일주일째 점거하고 농성하고 있는 해고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매일노동뉴스>에 전한 추석날 농성장 풍경이다. 농성자들을 포함해 요금수납원 1천400여명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다 올해 7월1일 해고됐다. 이들 중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 250여명은 지난 9일부터 도로공사 김천 본사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본사 로비는 경찰로 둘러싸여 외부인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이날 요금수납원 ㅇ씨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항상 추석에도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꼭 빠져야 하는 분들을 빼면 항상 남아 있는 사람들이 비상근무를 했다”며 “그래도 가족들 못 보고 고립된 상태로 있다 보니 식구들 생각이 많이 나서 서글픈 명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저는 지난해에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자회사 반대 점거농성을 해서 추석을 가족과 못 지냈는데 올해는 또 이곳에 와서 추석을 쇠고 있다”며 “서너명만 농성했던 지난해보단 덜 외롭지만 이 상황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농성자들은 농성장을 “아수라장”이라고 표현했다. 3일 전부터 전기가 끊겨 화장실에서 플래시를 켜고 씻는다고 했다. 경찰과 대치하면서 현재까지 발생한 부상자도 20~30명 정도다. 지난 10일엔 진압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농성자들이 상의를 벗으며 항의했다. 경찰에 연행된 이도 9명이다. 박순향 부지부장은 “지금은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만 하고 있는데 (연휴가 끝나는) 내일은 경찰하고 계속 대치할 것 같아서 끌려 나가는 거에 대비해서 팔 걸고 구호를 외치면서 연습했다”며 “절대 우리 발로 나갈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그냥 여기서 죽겠다는 각오로 하고 있다”며 “연세가 있다 보니 딸·손자 등 가족들이 지금 밖에 와 있지만 나갈 수조차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한국도로공사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실제 사용자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공사는 해고 요금수납원 전원이 아닌 대법원 판결로 직접고용이 확정된 요금수납원만 직접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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