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경비원을 감시·단속 노동자로 규정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결정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무법인 민심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14일 부산천연가스발전본부 경비원 A씨를 비롯한 노동자 24명이 중앙행정심판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A씨 등은 한국남부발전과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한 K사 소속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3조2교대로 비번과 주간근무(오전 8시~오후 6시)와 야간근무(오후 6시~익일 오전 8시)를 번갈아 하며 국가 주요시설인 발전소 설비를 감시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이들이 감시·단속 노동자에 해당하느냐 여부가 논란이 됐다. K사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감시·단속 노동자 적용제외 승인을 했다가 다시 취소하는 처분을 하자, 중앙행정심판위에 이를 취소해 달라고 청구했다. 중앙행정심판위는 회사 손을 들어줬다. 발전소 경비원이 심신 피로가 적은 노무에 해당하고, 1일 노동시간이 12시간을 넘지 않고, 수행업무도 고도의 정신적 긴장이 요구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은 "오후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4시간을 근무했으며, 업무 중 실질적인 휴게시간도 보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비업법에 따라 국가중요시설은 특수경비원만 맡을 수 있는데 특수경비원은 소속 상사의 허가나 정당한 사유 없이 경비구역을 이탈할 수 없다. A씨 등이 정문 경비실 옆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하더라도 사용자 지휘·감독하에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국가의 중요 기반시설인 발전소 순찰 활동을 주되게 하며 출입인원과 차량통제, 물품반출·입 통제업무를 수행하면서 연 2회 모의 침투대비 훈련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법원은 "고도의 정신적 긴장이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중앙행정심판위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기법에 따르면 심신 피로가 적은 노무에 종사하거나 1일 노동시간이 12시간 이내면 고용노동부에 감시·단속 노동자 적용제외 승인을 요청할 수 있다. 감시·단속 노동자가 되면 1일 8시간, 1주 40시간 노동시간 제한을 받지 않고 유급 주휴일을 보장받을 수 없다. 연장근로를 해도 가산임금을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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