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란 공인노무사(성북구 노동권익센터)

최근 지역에서 열린 공동주택 상생방안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에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관리업체 관계자와 경비노동자·동대표 등이 함께했다. 발표자로 나온 법률전문가는 경비노동자 고용형태의 법적 쟁점 중 하나로 “경비원이 경비업무뿐만 아니라 재활용 분리수거와 주차관리, 택배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63조의 감시적 근로자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근기법 63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고용한 경비노동자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 ‘감시적 근로자’로 승인받게 되면 근기법상 근로시간·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연장근로수당·주휴수당은 발생하지 않고 야간근로수당과 연차유급휴가 규정은 적용된다.

예외는 원칙을 요구하기 어렵다 

법률전문가 발언 이후 누군가 “경비가 경비가 아니다”는 표현을 했다. 경비노동자가 경비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진 토론에서 나온 발언들. “이렇게 다른 수고도 해 주시니 인원감축 없이 인상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위법이라고 하면 어떡하냐.” “그렇지 않으면 경비노동자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퇴사한 경비노동자가 문제제기해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한 적 있다.” “이런 상황이 일반적인데 오히려 법이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승인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감시적 근로자가 감시업무를 주로 수행하지 않고 다른 업무를 반복해 수행하거나 겸직하는 경우’ 그 시점부터 감시적 근로자 승인이 취소돼 사용자는 주휴수당·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근기법상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연장근로수당·주휴수당 등을 제외한 기존 임금수준에서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는 것을 두고도 고용불안을 걱정하는데 원칙대로 임금수준을 보장해 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예외가 널리 적용되면 원칙을 요구하기 어렵다.

예외 적용은 엄격해야

근로기준법 63조에서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근로시간·휴게·휴일 등의 적용을 제외하는 이유는 이들이 ‘심신의 피로도가 약한 노동’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심신의 피로도가 약한 노동’이라고 표현했지만 ‘쉬운 노동’이라는 의미로 읽으면 이상한 걸까.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노동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도에서도 예외대상이었다. 2007년부터 최저임금이 적용(70%)되기 시작했고 단계적으로 적용수준을 늘려 2015년부터 최저임금 100%가 적용됐다. 당시 최저임금 전면적용을 두고 ‘경비노동자 대량해고 우려’ ‘노동의 특성을 고려하면 전면적용은 무리임에도 불구하고 강행한다’는 여론들이 있었는데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을 바라보는 인식은 제도가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법에서 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노동이 있다고 한다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회에서 그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예외적인 장시간 노동·야간노동·저임금 등 근로조건이 굳어질수록 그 노동이 선호되는 정도와, 슬픈 현실이지만, 그 노동을 하는 사람의 대우에 영향을 미친다.

토론에서 오고 가는 말들에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던 경비노동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감시업무를 주 업무로 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율이 90%를 넘었다고 하는데 그 승인 취소 사유인 ‘경비업무 외 업무의 겸직’은 현장에서 일반적이기 때문에 법을 바꾸라고 한다. 이 상황에 누가 책임감을 느껴야 할까. 노동법 취지를 고려한다면 하한선의 예외는 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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