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울산지부 서진산업사내하청지회

현대·기아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서진산업 경주공장에서 30대 하청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장에서 수시로 지게차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지게차 작업자들은 특별안전교육을 받은 적도, 유도자나 작업지휘자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사건 하루 만인 23일 서진산업과 하청업체, 금속노조 울산지부 서진산업사내하청지회는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최초로 구성된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게차·컨베이어벨트, 각종 사고위험에 노출

금속노조에 따르면 전날 오후 12시54분께 서진산업 경주공장에서 장아무개(36)씨가 지게차에 치여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치료 중 사망했다. 장씨는 서진산업 사내하청업체인 금진공업 소속 노동자다. 노조 울산지부 서진산업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다.

사고 당시 나무 팰릿 2개를 겹쳐 드럼통 4개와 시너통 16개를 싣고 자재출입문을 향해 달려오던 4.5톤 지게차가 장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덮쳤다. 유도자나 작업지휘자가 없는 상태에서 장씨 비명소리에 놀란 지게차 운전자가 후진을 하면서 팰릿 안쪽에 깔렸던 장씨가 지게차 안으로 말려들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 중 숨졌다.

노조는 경주공장의 부실한 안전보건조치 때문에 일어난 사고로 봤다. 지부·지회가 사고 당일과 이날 오전 야간조·주간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담회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증언과 성토가 쏟아졌다.

일례로 지게차 운전자들에 대한 특별안전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운반용 하역기계를 5대 이상 보유한 사업장에서 해당 기계로 하는 작업은 특별안전보건교육 대상이다.

주문물량이 많아 공장 내에서 수시로 지게차 작업이 이뤄졌다. 그런데 공장 내 지게차와 작업자 통행로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노후설비에 따른 위험도 상존했다. 서진산업은 2016년 경주시 외동읍 구어2일반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었다. 새 공장이었지만 설비는 기존 울산공장에서 사용하던 노후설비를 가져와 사용했다. 1980년대에 구매한 설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 관계자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제품이 천장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지는 등 오작동 사고가 많았는데도 비상정지장치는 '생산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꺼져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추락사 5개월 만에 또 중대재해

경주공장에서는 2월에도 라인이설 공사 중 외부업체 노동자가 3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5개월 만에 사망사고가 또 발생하자 서진산업과 하청업체들은 사망사고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지부·지회와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양측은 안전교육·비상정지장치 같은 방호조치를 즉각 개선하고, 간담회에서 나온 세부내용과 현장점검으로 확인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안전보건진단도 받는다.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가 인원충원과 작업량 조정을 논의하고, 노후설비를 개선한다.

노사는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 조사를 한 뒤 치료대책과 배기설비 개선·직업병 예방대책을 마련한다. 사망사고 목격자에게는 트라우마 치료와 함께 특별휴가를 준다. 희망자에게는 추가 치료를 보장한다. 유족에 대한 사과·보상에도 합의했다. 지게차 관련 문제점 개선과 차량 과속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 특히 안전보건조치 개선요구 묵살·해태시 책임자 처벌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박세민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원청 저항으로 난공불락 같았던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를 구성했다"며 "25일 포항지청장 면담에서 특별근로감독과 안전보건진단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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