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오후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사용자위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김학태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과 관련해 사업·업종과 무관하게 같은 금액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는데도 재계가 구분적용을 요구하면서 최저임금위 복귀를 미루고 있다.

최저임금위 2~4일 전원회의 개최

30일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전원회의가 2일부터 4일까지 매일 열린다. 최저임금 사업종류별 구분적용 부결에 반발해 지난 27일 전원회의에 불참한 사용자위원 복귀 여부는 불투명하다.

사용자위원들은 28일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사업종류별 구분적용에 대한 최저임금위의 전향적인 입장”을 요구하면서 전원회의 불참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위원들은 1일 오후 서울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내부의견을 수렴한 뒤 전원회의 참석 여부를 결정한다. 2일 회의에도 불참한다면 공익위원들과 노동자위원들이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할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저임금법(17조4항)은 “위원회가 의결을 할 때에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의 출석이 있어야 한다. 다만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지난해에도 사용자위원들은 사업종류별 구분적용 방안이 표결에서 부결되자 다음 회의부터 불참했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들이 두 번째 불참한 같은해 7월15일 표결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했다.

올해는 곧바로 표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27일 전원회의가 끝난 뒤 언론브리핑에서 “사용자위원들이 또 불참하더라도 당장 의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취지에 안 맞아” 전문가들도 반대

최저임금위가 사용자위원 요구대로 사업종류별 구분적용에 대한 해법을 내놓기도 어렵다. 사용자위원들만 주장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는 2017년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포함해 각종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최저임금을 사업종류별 구분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현시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노동자 최저임금을 보장해 생활안정을 꾀한다는 최저임금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제도개선위는 권고안에서 “최저임금 구분적용 업종은 저임금 낙인효과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을 처음 시행했던 1989년을 제외하고 줄곧 동일임금을 적용한 배경이다.

현실적으로도 만만찮다. 사업이나 업종별로 구분하기 위한 합리적인 기준이나 이를 뒷받침할 통계가 부족하다. 실제 사용자위원들은 올해 최저임금위 회의 과정에서 사업종류별 구분적용을 요구하면서도 구체적인 근거와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새로 바뀐 공익위원들도 사업종류별 구분적용에 부정적이다. 26일 표결 결과를 보면 찬성은 10명에 그쳤고, 17명이 반대했다. 노·사·공익위원이 각 9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공익위원 중 단 한 명만 찬성했다는 얘기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사업종류별로 구분적용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그렇더라도 가시적인 출발점이나 계기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 결의로 최저임금 사업종류별 구분적용을 정부에 권고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권고한 뒤 TF를 만들어 구분적용을 준비하자는 주장이다. 공익위원 일부도 이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동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TF를 만드는 순간 제도시행을 허용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노동자위원 일부는 “논의를 해도 몇 년이 걸리는 만큼 최저임금위 파행을 막기 위해 TF 구성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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