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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걱정하는 학교비정규직] "200도 기름 앞에서 두 시간 동안 탕수육 튀겨 냈다"공공운수노조 "교육청, 올해도 대책이 없다"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 급식실 노동자와 시설관리 노동자에 대한 혹서기 건강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심영미(47)씨는 15년차 학교 급식실 조리노동자다. 베테랑인 심씨도 여름이 두렵다.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탕수육을 만들려면 조리노동자는 두 시간 내내 섭씨 200도 기름에 튀김옷을 입힌 고기를 튀겨 내야 한다. 조리실 천장 한 가운데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조리 과정에서 발생한 열기를 누르기엔 역부족이다. 심씨는 "숨이 턱턱 막히고, 고기가 익어 가는지 몸이 익어 가는지 모를 지경"이라며 "이런 조건에서 어찌 아프지 않고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학교 시설관리 노동자도 폭염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여름철 장마에 대비해 시설관리 노동자는 옥상 방수작업을 한다. 이때 사용되는 방수액에는 벤젠 같은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벤젠은 높은 기온에 기화한다. 벤젠은 악취는 물론 어지럼증과 구토를 유발한다. 7년째 학교 시설관리를 한다는 정훈록씨는 "방독마스크를 쓰고 작업해야 하지만 흐르는 땀과 더위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비정규 노동자가 폭염에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며 "노동자가 쓰러지기 전에 교육부와 교육청은 폭염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본부는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학교 급식노동자와 시설관리 노동자의 폭염 속 노동실태를 각각 조사했다. 1천302명의 급식노동자 중 89%는 여름철 근무 중 열기로 두통·구토·쓰러짐 등 건강 이상을 경험했다. 63명의 시설관리 노동자 중 70%는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가 울렸음에도 옥외근무를 해야 했다. 38%는 현기증·구토·열탈진 등 건강 이상을 겪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조는 "제대로 된 폭염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유청희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부장은 "교육청이 여름철에 문제가 되는 식중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지침을 내놓지만 폭염 대책은 마련하지 않는다"며 "고열 속에서 일하는 학교 급식노동자를 보호할 혹서기 메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리기구를 인덕션이나 오븐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시정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은 "학교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건설업과 유사한 일을 하지만 안전보건교육을 받지 못한다"며 "교육청은 여름철 시설관리 노동자 건강보호를 비롯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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