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대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인수대상 기업인 케이블방송 노동자와 관련한 논의가 보이지 않는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26일 티브로드와 인수계약을 맺었다. LG유플러스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CJ헬로 인수에 관한 심사를 받고 있다.

희망연대노조가 최근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블방송 발전계획과 고용보장 방안을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LG유플러스와 CJ헬로, 태광산업 등 인수기업·피인수기업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문가와 노동계는 6일 "구체적인 고용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통신사의 케이블방송 인수가 인력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이라며 "인수기업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통신사의 케이블방송 인수 흐름 막기 어려워"

통신사의 케이블방송 인수는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공정거래위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불허한 적이 있다.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될까 우려해서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3월 LG유플러스의 CJ헬로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3년 전과 같은 상황은 분명히 아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3년 전과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우선 케이블방송사의 경쟁력 약화가 눈에 띈다. 통신사가 서비스하는 IPTV는 10년 동안 급성장했지만 케이블방송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2018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IPTV 가입자는 1천433만명으로 케이블 유료방송(SO) 가입자(1천404만명)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유선·무선·IPTV·인터넷 서비스를 갖춘 통신사의 공격적인 결합상품 마케팅 결과다.

케이블방송이 자력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케이블방송사도 통신사의 케이블방송 인수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월 딜라이브가 합산규제 도입 반대를 공식 표명하기도 했다. 합산규제는 IPTV나 위성방송,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 시장점유율을 33.33%로 제한하는 조치다. 일몰됐던 합산규제가 다시 살아나면 딜라이브의 인수 유력기업으로 거론되는 KT의 딜라이브 인수가 불가능해진다.

"노동자 생존권 논의 없는 인수합병 안 돼"

노동자 고용보장 논의 없이 인수합병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노조의 기본 입장이다. 이동훈 노조 공동위원장은 "인수기업이 고용보장을 넘어서는 고용계획과 사업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케이블방송사와 통신사의 지역·업무가 상당히 중첩돼 있어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통신사의 가입자 빼내기를 염려한다. 노조는 LG유플러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한 경영계획서 중 "LG유플러스의 양방향 특화서비스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인터넷 고객을 중심으로 IP 기반 새로운 서비스 출시 및 모바일 동등결합을 통해 상품 경쟁력 제고"라고 쓰인 '서비스 운영계획'을 예로 들며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 가입자로 전환하고 부가상품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인수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설치기사의 업무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숙련습득·경력개발을 지원해 질적인 고용보장에 나서야 한다"며 "신기술이 도입된다고 해서 과거 기술이 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기술-과거기술 공존기간 동안 인수기업이 어떻게 공존설계도를 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등 근로형태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근로형태 변화를 활용해 어떻게 노동자 고용을 보장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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