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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광주형 일자리, 어디로 이끌어야 하나

2014년부터 추진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의 투자협상은 ‘노동계 배제-노동계 철수-노동계 복귀’ 과정을 거쳐 어렵게 진행됐다. 지난 4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잠정합의했지만 다시 암초에 부딪쳤다. 임단협 5년 유예로 해석되는 내용이 잠정합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문제가 된 조항 삭제 내지 수정을 전제로 잠정합의안을 의결했지만, 현대차가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모델로 불린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로 사업 원칙을 정하고,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화두로 삼았다. 노조를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모델이다. 그런데 반값 임금 일자리만 부각되면서 노동존중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사업 추진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4년을 넘게 끌어온 광주형 일자리 사업. 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노동계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조급증 버려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투자협상 잠정합의문에 대해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현대자동차가 받아 들이지 않았다. 노동계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광주형 일자리의 근본취지인 노사신뢰와 상생경영을 벗어나는 행위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잠정합의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 1조2항에 대해 노동계는 강력히 거부했다.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맞지만 현대차의 입장을 고려하고 파국을 막기 위해 다소 모호한 수정안까지 냈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노동계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노동계를 파트너로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좀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추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많은 것을 양보했고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다. 현행법을 위반할 수는 없지 않나.

정부와 여당은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상이 합의되지 않으면 군산 등으로 옮기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조급증을 갖지 말고 길게 보기를 바란다.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예산을 지원한다고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현대차는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광주형 일자리의 취지를 잃어버린 것 같다. 정치권 압박을 기반으로 자신들이 의도한 대로 끌고 가려는 것 같다.


신규공장 증설 비용, 자동차산업 미래 준비에 쓰자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동계가 대화에서 빠지면서 광주형 일자리 논의는 광주시와 현대차로 테이블이 좁혀졌다.

이건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주주들 간 대화라 보는 게 맞다. 주주들만의 결정은 추후에 효력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근로자들이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설사 지금과 같은 안을 밀어 붙인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근로자들이 노조를 설립한다고 하면 막을 수 있는가. 기본권이라 막을 수 없다. 결국 주주 합의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10만대를 생산해도 안 팔리면 어떡하나. 또 구조조정 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지금 정부(산업은행)가 투자를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부실화될 것이 뻔한 곳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일자리가 크게 창출될 것 같지도 않다. 인근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광주형 일자리로 옮겨가는 상황이 유력시 된다. 일자리 돌려 막기다.

미래를 대비한다면 전기차 등 미래차를 생산해야 한다. 그런데 광주 신규공장에서는 내연차를 만들려고 한다. 공장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차라리 신규공장 증설에 사용될 수천억원 자금을 구조조정 자금으로 준비하는 것이 맞다. 자동차부품사에서 해고되는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미래차 생산을 위한 재교육에 사용하자. 자동차산업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전략을 다시 만든 뒤 노사대타협을 도모해야 한다.


일자리 빼앗기 치킨게임 동의 못해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현대차·기아차지부가 공동 총파업을 강행하면서까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것은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는 이들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무노조 경영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원하청 불공정 거래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과대포장하고 있지만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이다. 무노조 경영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동원된 수식어에 불과하다.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임금격차의 원인은 노사관계 때문이 아니라 기업별노조 체계의 임금교섭 때문이다. 원하청 임금격차 해소는 산별교섭을 위한 법과 제도개선이 선행조건이다. 특정한 지역의 공단에서 실험적 모델로는 성공할 수 없다. 광주형 일자리의 반값 임금은 ‘현대차·기아차 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임금’이라는 결론을 포장하기 위한 거짓에서 출발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위기·임금격차의 해소라는 진정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도 자동차 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남아돌고 있다. 특히 경차는 국내 14만대 판매시장에서 13만대로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광주에 경차 10만대 공장을 신설하는 것은 과잉 중복투자다. 출혈경쟁으로 모두가 망하는 길임이 분명하다.

만약 광주공장 경차가 잘 팔리면 울산·창원·서산·평택의 경쟁차 생산공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 빼앗기 경쟁의 치킨게임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정부, 노동법 위반 용인 말고 현대차 설득해야
나경채 전 정의당 공동대표

나경채 전 정의당 공동대표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위기라는 분석이 쏟아지며 광주 분위기가 흉흉하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협약에 기초해 적정임금·적정노동시간·노사공동 책임경영과 원하청간의 관계개선이라는 4대 원칙 속에서 노동자들의 자녀, 도시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광주시, 일부 언론은 광주형 일자리를 반값임금 정책으로만 받아들여 그 의미를 왜곡하고 사회적 의미를 축소해 왔다. 투자협상 초기에 노동자들은 배제됐다. 광주광역시의 최초 협상안은 노동법과 노동정책에 대한 무지로 범벅이 됐다.

지금 알려진 것처럼 5년 혹은 완성차 35만대 생산시까지 임단협 유예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거나, 4대 원칙이 훼손되는 협약이 발표된다면 이 정책은 좌초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때문에 이 정책의 실현을 위한 책임은 최종적으로 정부에게 있다고 본다. 강건너 불구경하거나 민주노총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공약실현을 위한 성의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법 바깥의 협약을 정부가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가 현대차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 줘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방식의 노동·일자리 정책뿐 아니라 정부 주도하에 제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구상도 고민할 때가 됐다. 지자체가 나서서 기업과 협상할 수 있다면 정부가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직접 투자를 회피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노동계가 화해와 악수의 손 내밀어야
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타결 직전 미끄러졌다.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하여 누적 생산목표대수 35만대 달성시까지로 한다”는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의 내용에 대해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수정 결의한 것을 현대차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35만대 달성 시까지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이 유지되는 것을 신설법인에서 노동의 자유로운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현대차는 내키지 않는 투자인데 이 정도라도 초기 노사관계 안정보장 기제를 갖추지 못하면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래도 사측의 절실함에 대한 노측의 고민이 더 깊어져야 답이 나올 것 같다. 일자리가 있어야 노사관계가 있고, 투자가 있어야 일자리가 있다.

투자결정까지는 어찌됐든 사측이 갑이다. 아니꼽더라도 사측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지방정부와 노동계가 더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노와 사가 직접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구도 속에서 매개자는 광주시였다. 어쩌면 전달자이자 조정자로서 광주시가 충분히 제 역할을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역부족이었을 거다.

이 프로젝트의 주어는 결국 노동계다. 큰 노동이 작은 노동을 감싸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자본에 손을 내미는 거다. 끝내 노동계가 먼저 화해와 악수의 손을 내밀어야 고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것이 굴욕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새로운 질서의 선구적 발걸음이 된다는 믿음과 전망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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