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완성차·부품사 할 것 없이 고전했다. 생산·판매·수출 모두 부진했다. 자동차산업처럼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산업이 부진하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군산공장 폐쇄 등 한국지엠 구조조정은 업계·지역 고용악화의 원인이 됐다. 고용악화는 노사갈등으로 이어졌다. 올해 자동차업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산업 위기를 기회로 반등시키기 위한 노사정 이해당사자들의 논의가 시작돼 주목된다.

◇자동차산업 키플레이어들 한자리에=3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이달 말 '자동차산업노사정포럼'이 발족한다. 노사정이 함께 자동차산업 현황과 고용동향을 공유하고, 자동차산업의 활력·경쟁력을 살리는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23일이나 24일 출범이 유력한데, 8일 열리는 실무회의에서 날짜를 확정한다.

포럼은 자동차업계 노사 단체를 포괄한다. 노동계에서는 완성차노조가 가입해 있는 금속노조와 부품사노조들이 가입한 금속노련, 업계에서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참여한다. 정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가 포럼에 들어온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과 한국노동연구원도 함께한다. 자동차산업 키플레이어들이 포럼에 집결하는 셈이다.

옛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시절 제조업발전특별위원회(3기)와 자동차부품업종위원회(4기)에서 관련 논의를 한 적은 있지만 완성차·부품사 노사 단체, 특히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럼 첫 단추는 금속노조와 산자부가 끼웠다. 정주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지난해 한국지엠 사태 때문에 산자부와 한 달에 한 번씩 보다시피 했다"며 "그 과정에서 자동차산업이 처한 문제가 한국지엠만의 문제가 아니니 노사정이 함께 논의해 보자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후 자동차산업협회와 자동차산업협동조합, 노동부, 금속노련에 포럼을 제안해 판을 키우고 계획을 구체화했다.

◇낮은 수위 대화부터, 노사 온도차=포럼에서 다룰 의제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큰 틀에서 자동차산업 동향과 고용상황을 공유하면서 해법을 논의해 보자는 데까지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포럼'이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마주 앉는 만큼 '합의'나 '협의'가 아닌 낮은 수위 대화부터 시작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노사 간 온도차는 감지된다.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완성차와 부품사 양극화·격차해소 논의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첫 단계인 만큼 큰 욕심은 내지 않으려고 한다"며 "현황을 함께 파악하고 완성차-부품사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측은 기대감은 낮추고 논의 추이를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김준기 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은 "아무래도 주된 논의 포인트는 부품사가 될 것"이라며 "대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산 자동차산업협동조합 기획조사실장은 "자동차산업이 어려웠으니 노사 양측의 입장을 허심하게 나누는 대화창구를 만들어 이슈를 발굴하고 해법을 마련하면 좋지 않겠냐는 취지에 공감했다"면서도 "큰 기대는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자동차업계 노사관계가 워낙 불신이 깊어 성과를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저신뢰 노사관계에서 노사가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산업과 관련해 투자·정책지원을 할 수 있는 산자부·노동부가 참여하고, 산업연구원·노동연구원이 서포트하는 만큼 전문성과 공익성까지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포럼 발족식에는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성윤모 산자부 장관·이재갑 노동부 장관·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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