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포함한 노동시간단축 연착륙 방안 마련을 공식화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노동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주 52시간 노동시간단축의 무력화 조치로 여긴다. 노정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김왕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25일 "사회적 대화로 노동시간단축 연착륙 방안을 연내에 구체화하겠다는 방향성이 정립된 것"이라며 "11월 초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노사 의견을 심도 깊게 듣고 균형 잡힌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얘기하는 사회적 대화는 일단 경제사회노동위원회(현 노사정대표자회의) 논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 산하 의제별·업종별·특별위원회는 노사 어느 한 쪽의 의제제안으로 합의가 이뤄졌을 때 구성되기 때문이다. 노동시간단축 연착륙 방안을 경사노위에서 논의하려면 적어도 재계가 의제를 제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사노위는 "재계로부터 의제를 제안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김왕 정책관은 "꼭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며 "대표 노사단체 의견을 충분히 듣고 협의하는 것을 사회적 대화 수준으로 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논의하지 말자고 누르는 게(반대하는 게) 답은 아니다"며 "어차피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등 야당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많이 나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사 의견을 듣고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대안을 마련하는 게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라고 말했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 의제로 던진 노동시간단축 연착륙 방안은 노동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정부는 7월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6개월 단속·처벌 유예 방침을 밝히며 노동시간단축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듣는 처지다. '노동자 노동권 보호방안'을 함께 논의하겠다는 명목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까지 확대할 경우 노정관계에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노동시간단축 취지를 훼손하면서까지 '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반노동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며 "만약 강행한다면 정부가 한국노총과 사회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같은 노동법 개악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노동정책이 흘러가면 노동현장 투쟁이 격화하고 정부로부터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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