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정부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통해 노동시간단축 연착륙 방안을 연내에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국민경제자문회의 분과회의 중 하나인 경제정책회의에서 "주 52시간 상한제 실태조사를 거쳐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공공일자리 5만9천개 창출, 유류세 15% 인하

정부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업종별 지원 강화 △서민·자영업자 지원 강화 △노동시장 현장애로 해소 △계층별·지역별 일자리 지원 강화를 담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신·기보 우대보증 1조원 공급, 조선사·기자재업체·정부 상생프로그램을 신설해 기자재업체 보증지원(3천억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취약계층을 위해 공공서비스 맞춤형 일자리 5만9천개를 만든다. 청년·신중년·어르신 등 계층별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산업위기지역에서는 지역특화 일자리 투자사업을 확대한다. 청장년층 실업 취업역량 제고를 위해 직업훈련 3만5천명, 취업성공패키지 3만명 추가지원(19만명→22만명), 내일배움카드 5천명 추가지원(24만명→24만5천명)도 주목된다.

정부는 서민·자영업자 지원카드도 꺼냈다. 다음달 6일부터 내년 5월6일까지 수송용 차량을 대상으로 유류세를 15% 인하한다. 정부는 “최근 유가상승과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중소기업·서민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6개월간 2조원의 유류세 부담 경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탄력근로 단위기간 3개월에서 6개월 또는 1년 확대

그런데 정부 발표에 경영계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가 들어갔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등 근로시간단축 연착륙 방안을 연내에 구체화할 것”이라며 “기업의 근로시간 활용 유연성과 근로자 노동권 보호가 조화되도록 단위기간 확대와 임금보전 방안 등 제도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행 최대 3개월에서 늘리는 방향으로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연장기간이) 6개월일지 1년일지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전날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나온 내용과 유사하다. 국민경제자문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단축이 시행된 뒤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우려에 대해 논의했다”며 “근로시간단축 연착륙을 위해 산업현장 실태조사를 거쳐 조속한 시일 안에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 스스로 노동시간단축에 찬물 끼얹어”

노동계는 “노동법 개악”이라고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대책은 노동시간단축 보완대책이 아닌 무력화 대책”이라며 “정부·여당은 최저임금 1만원 국정과제 후퇴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이어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늘리겠다면서 노동시간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핵심공약을 포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올해 2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탄력근로시간제는 모든 사업장에 노동시간단축이 적용되는 2022년 검토하도록 했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탄력근로시간제는 연장근로를 포함하면 주 64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져 사실상 주 52시간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라며 “정부가 스스로 법을 어기며 노동시간단축 시행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에서 “정부는 근로기준법 휴일근무 중복가산수당 폐지 등 1차 개악에 이어 7월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6개월 유예기간을 주며 2차 개악을 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로 추가 개악을 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할 경우 주 40시간을 초과해 일하더라도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니까 자본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기”라며 “이를 연착륙이나 제도개선이라고 하는 정부는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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