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에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에는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에 금속노조가 설립되고 사실상 휴면상태에 있던 기업노조가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속노조는 23일 "노조 포스코지회(지회장 한대정) 설립을 전후해 사측 부당노동행위가 노골화하고 있다"며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포스코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사에 노조 지배·개입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조합원 규합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금속노조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는 기업노조를 지원하고 금속노조를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부당노동행위 천태만상=포스코지회는 지난달 16일 총회를 열어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했다. 지회가 공개한 관리자 이메일·직원진술서·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방 등을 보면 곳곳에서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불거진다.

포스코 한 공장에서는 포스코지회 출범 직전 관리자들이 참여하는 1차 주임단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회의 내용을 정리한 문건에 따르면 사측은 주임단위 직원 성향을 '우호그룹(○), 불만/가입의사(△), M가입 의심/확인(X)'으로 분류해 파악하기로 했다. M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의미한다.

이들이 문건에서 안내한 2차 주임단 비상대책회의 토론주제는 '성향별 직원 개별 케어방안'이다. 포스코지회 가입을 공개적으로 밝힌 직원을 어떻게 '케어(care)'할 것인지가 적시돼 있다. 이들은 "주임 면담 결과 3명 모두 강성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집중 관리해 다른 작업자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차단하며, 주임·파트장이 밀착 대응 케어해 탈퇴를 권유하도록 진행(하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색깔론 덧씌우기, 관리자들 입 맞췄나=지회 활동 개입을 조직적으로 모색한 물증도 나왔다. 한 공장장은 관리자 SNS 채팅방에 "포스코노조 비대위 방에 파트장 전원 들어가 주십시오. 들어가셔서 글도 남겨 달라고 요청이 왔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또 "09시에서 12시 사이에 포스코사람들 1·2·영포스코 방에서 한마디씩 해 주시고 (같이 못하겠다 등등) 전원 나와 주십시오"라고 지시했다. 포스코사람들 채팅방은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공간이다.

관리자들이 개별면담과 전화통화, 부서 간담회에서 포스코지회를 비방하고 기업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직원 제보는 넘쳐난다. 광양제철소 한 직원은 부장이 소집한 간담회에서 "누가 들어도 거기 집단은 빨갱이라는 뉘앙스로 이야기가 종료됐다"며 "(금속노조와 기업노조 중) 어딜 가입하나 자유지만 잘 알아보고 하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관리자들은 입을 맞춘 듯 색깔론을 내세워 민주노총을 비방했다. 한 노동자는 "(간담회에서 부장이) 민주노총 강령을 보여 주며 '노조 활동이랑 미군 철수랑 무슨 상관이냐' '지금 노조(기업노조)를 더 발달시켜 서로 좋게 가는 방향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한 제철소 공장장이 직원 간담회에서 "민주노총 강령에 미군 철수해야 되고, 한반도는 통일돼야 하고 이런 것들이 있는데 복지를 향한 그런 거하고 거리감이 좀 있다"며 "한국노총은 자율 포스코노조가 있으면 포스코 자체적으로 협상을 하라고 하는 게 (민주노총과) 큰 차이"라고 발언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한대정 지회장은 "특정노조 가입을 직위를 이용해 권유하고, 비가입자를 색출해 가입할 때까지 회유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과거 70~80년대를 연상케 하는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가 포스코 사측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포함한 회사 관리자 29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법률대리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직원 성향을 파악해 민주노총 조합원을 탈퇴시키는 공작을 하는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노동부는 포스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무노조 경영과 노조와해 공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은 "대체 몇 명이 감옥을 가려고 이런 부당노동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하라"고 촉구했다.

◇포스코노조도 "회사 지배·개입 행위 중단" 요구=포스코노조는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자신들이 거론되자 불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포스코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포스코는 노조 활동 지배·개입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며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과오를 지우고 조합원만을 바라보는 새 노조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는 다음달 6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신임지도부를 선출한다. 금속노련에 따르면 포스코노조는 최근 조합원이 4천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빠른 속도로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측은 금속노조 주장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부서를 계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정남·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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