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아시아포럼

기술 발전으로 일하는 방식과 일자리 지형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와 같은 '평생직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중국·일본·대만 등 동북아시아국가 모두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다. 노동자들이 이런 변화에 살아남으려면 노동조합은 무엇을 해야 할까. 동북아 4개국 고용노사관계 전문가들은 '노조의 직업능력개발'을 주목했다.

지난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중국·일본·대만의 노동관련 전문가들이 '일의 미래에 있어 노동자의 능력강화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2018 서울 세계대회를 맞아 22회 소셜아시아포럼(Social Asia Forum, SAF) 특별세션이 열린 것이다. SAF는 지리·문화적 환경이 비슷한 나라의 전문가들이 공통된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5년 설립한 학술단체다. 4개국 노동전문가들은 매년 한 차례씩 각 나라를 순회하며 그해 중요한 노동이슈 관련 상황을 공유하고 토론한다.

"노조 참여해야 기술혁신도 성공할 수 있다"

일본에서 온 와키자카 카즈유키 자동차총련 부사무국장은 "자동차산업이 100년 만에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중단기적으로 자동차산업 고용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버로 대표되는 카 셰어링"이라고 지목했다. 카 셰어링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차량 생산이 7천만대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현재의 20~30% 수준인 200만~300만대 생산감소가 예상된다. 그러나 와키자카 부사무국장은 "기술 변화가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지 같은 핵심부품 생산기술 발전으로 차 판매가격이 지금보다 크게 떨어져 신차 수요가 줄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일본 노동계는 인구감소와 기술발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접근해 보다 효율적인 개발을 통한 공존의 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 변화와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노동자대표 참여를 보장하고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조 참여를 배제하는 근거는 '경영권 침해'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회사가 신기술 도입과 경영전략 변화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노조와 공유하고 그에 따른 고용과 교육훈련 문제를 같이 풀어 나갈 때 갈등비용을 줄이면서 기업의 기술혁신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소셜아시아포럼

"노조가 평생직업능력개발 주도권 쥐어야"

대만의 노조 유형은 3개로 구분된다. 기업노조와 산업노조, 직업노조가 그것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직업노조는 일종의 직능별 노조로, 같은 직업·기능을 가진 노동자를 조직대상으로 한다. 대만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모두 5천520개의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75.4%가 직업노조다. 직업노조는 단체협상이나 쟁의행위 등 노조의 기본적인 기능과 함께 '노동자 교육사업'을 수행한다. 후앙수후이 대만 역량훈련산업노조 비서관은 "대만은 최근 몇 년 동안 최악의 실업을 경험했는데 인재교육 격차가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며 "정부가 직업훈련 분야에 개혁드라이브를 걸면서 노조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육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교육훈련 실적평가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노조의 직업훈련 강화는 기업의 경영 수익 증대와 노동자의 고용안정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에너지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중국총공회가 노동자 기술력 향상을 위해 벌인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펑페이 중국노동관계학원 부교수는 "중국 정부는 현재 연 57억톤에 이르는 석탄생산량을 2020년까지 39억톤으로 줄이는 에너지산업 고도화 정책을 추진 중인데 이로 인해 150만명의 인력감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사농공상'이라는 유교적 질서로 기술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편"이라며 "중국총공회는 기술 노동자의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한편, '모범노동자 혁신 작업실'을 구축해 기술혁신과 노동경진대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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