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총이 대기업 협력업체들의 단체교섭을 대리해 벌어들인 20억원의 수입·지출 내역을 회원사들에게 한 번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총은 보고만 하지 않았을 뿐 회계처리는 했다는 입장이다. 회원사들의 단체교섭을 대신하면서 발생한 수익규모와 사용처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억원 중 11억원 직원 격려금으로 사용”

2일 경총에 따르면 2013년부터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를 시작으로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협력업체 교섭권을 위임받으면서 받은 비용은 20억원가량이다.

경총은 11억원 정도를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300% 격려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했다. 또 단체교섭 위임업무를 맡은 직원들의 수당·출장비·회의비로 썼다. 지금은 1억원이 남아 있다. 경총은 이사회나 총회에 수익내역을 보고하거나 지출계획을 승인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올해 4월6일 취임했다가 3개월 만에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은 지난달 26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총 회계운영의 불투명성이 심각하다”고 폭로했다.<본지 2018년 6월28일자 "송영중 한국경총 상임부회장 '회원사와 동떨어진 경총, 쇄신 얘기하니 사퇴 압박했다'" 참조>

당시 송 부회장은 “기업의 단체교섭을 위임받아 생기는 수익이나 기업안전환경협의회(기업안전보건위원회) 사업비를 집행하고 남은 돈이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고 쓰인다”며 “그중 일부는 직원들 격려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치도 언급했다. 송 부회장은 “올해 인건비로 60억원, 격려금이 15억원 나가는데 올해 총회에 보고된 인건비 예산은 53억원에 불과하다”며 “회계상으로 그 차액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만 보고 누락” 주장하다 “전액 누락” 시인

<매일노동뉴스> 보도 이후 일부 언론보도에서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다. 사태를 주도한 당사자로 알려진 김영배 전 경총 상임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해명에 나섰다.

김 전 부회장은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그는 “공공기관은 몰라도 민간기업은 직원들 상여금을 줄 때 이사회(보고나 승인)를 거치지 않는다”며 “특별상여금을 고정적으로 주는 것이 아닌데 의도와 달리 고정급화되면서 (이사회 보고가) 일부 누락된 것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 해명은 곧바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이 “일부만 누락됐다고 하는데 경총 총회나 이사회 회계자료에는 관련 보고가 전무하다”며 “경총 현직 관계자들이 답해야 한다”고 따졌다.

그러자 기자회견장에 나와 있던 신우범 경총 경영지원 담당 상무는 “삼성전자서비스·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협력업체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아 20억원의 수익이 생겼고 이 중 11억원을 직원들 격려금으로 사용했다”며 “특별회계로 처리했는데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시인했다. 신 상무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3일 총회에 보고하고 일반회계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익·지출 규명 안 돼

경총이 단체교섭 위임수익에 대한 회계보고 누락사실을 인정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억원이나 되는 수익과 사용처를 회의체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운 데다, 경총 해명도 의혹을 지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경총이 회계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수익규모와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여전하다. 단체교섭 수임비뿐 아니라 기업안전보건위원회 사업비 전용 논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송영중 부회장 해임 여부를 논의하는 3일 오전 총회에서 회계보고 누락과 관련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총은 고용노동부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최근 비영리 법인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점검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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