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정책을 주도했던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이 전격 교체됐다. 청와대 경제사령탑인 장하성 정책실장은 유임됐지만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전반에서 재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6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청와대 일부 수석과 비서관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소득주도 성장론 전도사 홍장표 사실상 경질

일자리수석에는 정태호(55·사진) 정책기획비서관을, 경제수석에는 윤종원(58·사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임명했다. 사회혁신수석에서 이름을 바꾼 시민사회수석은 이용선(60·사진) 더불어민주당 양천을 지역위원장이 맡게 됐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소득주도 성장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홍장표 경제수석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대통령 1부속비서관에는 조한기 의전비서관이, 공석인 정무비서관에는 송인배 1부속비서관이 임명됐다. 김종천 선임행정관이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무비서관·대변인·정책조정비서관·기획조정비서관에 이어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거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췄다.

윤종원 경제수석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했던 경제관료 출신이다. 2003년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 2011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경제금융비서관을 맡았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은 경실련 기획실장 출신으로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중앙집행위원·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등 시민·노동·통일운동을 두루 경험했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문재인 대통령 측근 전면 배치

이번 인사는 비상등이 켜진 경제·일자리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2기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성과가 미흡했다고 비판받은 경제·일자리 분야에서 경제라인을 교체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정치권에서 드문 정책통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그 추진력으로 일자리 창출 정책에 속도를 내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임 비서실장은 “윤종원 경제수석은 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세 바퀴가 잘 굴러가는 모습이 OECD가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과 같은 개념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며 “거시경제와 실물경제에 높은 이해와 함께 정부 경제철학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으로 경제 전반에 새로운 활력이 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노동·시민사회와의 소통·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시민사회수석실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창”이라며 “종교·직능·노동 등 시민사회 전반에서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 “좌회전 깜박이 넣고 우회전 우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을 이끌던 홍장표 수석이 사실상 경질되면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협화음을 내는 모양새였는데, 문 대통령이 김동연 부총리 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번 청와대 인사가 친기업 반노동 정책기조로의 전환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은 “새 경제수석·일자리수석이 노동과는 무관한 인물이어서 노동존중 사회와 소득격차 해소를 이룰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노동현장에서는 참여정부처럼 좌회전 깜박이를 넣고 우회전하는 게 아닌가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신임 수석들 면면을 볼 때 친기업 경제정책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 준 인사”라며 “윤종원 경제수석은 OECD 대사로 있을 때 노동자 투쟁에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은 인사로서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