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갑자기 왜?”

최근 검찰이 삼성 노조와해 문건 수사를 시작하자 노동계 안팎에서 물음표를 던졌다. 2013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수사에서 대부분 무혐의 처리한 검찰이었다. 그런데 고소·고발이 없었는데도 삼성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알아서’ 파헤치기 시작했다.

노동사건에 대한 검찰의 태도와 인식이 바뀐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삼성 노조와해 문건 수사와는 연관이 없지만, 노동사건을 바라보는 검찰 시선에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무일 총장 “국민 따가운 시선 알아, 공정 처리 노력”

대검찰청과 노동법이론실무학회(공동대표 박종희·주완)는 지난 27일 오후 대검에서 ‘형사법의 관점에서 바라본 노동법’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검찰이 노동 관련 학회와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지난해 중반부터 노동법이론실무학회가 매달 주최하는 학술행사에 참가하면서 노동법 공부를 했고, 이는 공동행사 주최로 이어졌다. 단순히 노동법 공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사건을 보다 공정하게 처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대검 공안라인은 자체적으로 매달 노동아카데미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학술대회에 민변 위원장 출신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를 기조강연 강사로 초청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김 변호사는 “노동에 대한 검찰의 관심이 높아지고 관점이 달라졌다”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 총장은 축사에서 “노동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대한 국민 시선이 따가운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현장 목소리를 듣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학술대회에서는 △부당노동행위 △근로자 파견 △임금체불과 최저임금을 주제로 현직 검사와 노동법 전문가들이 토론했다.

검사들은 반성이 담긴 의견을 냈다. 김도엽 서울서부지검 검사는 “우리나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미국과 달리 노조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규율하지 않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을 규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사용자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처벌한 사례가 충분하지 않아 민사·행정적 구제절차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박상용 울산지검 검사는 임금체불 사건이 사용자 구속보다는 체당금 지급으로 마무리되는 사례가 많은 현실을 언급했다. 박 검사는 “임금체불죄가 궁극적으로는 범죄가 아니라고 보는 인식은 법조인들의 직무유기를 정당화하려는 공허한 법기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노조와해 수사가 시금석, 노동전담부 필요”

노동전문가들은 검찰 분위기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검과 노동법이론실무학회의 공동학술대회가 획기적인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학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종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하려는 검찰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엄정하고 공정한 법집행으로 노동계로부터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눈앞에 닥친 삼성 노조와해 문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 공안시각에 매몰된 노동사건 인식변화가 과제로 제기된다.

김선수 변호사는 “삼성 부당노동행위 수사에서 무노조 경영책임을 묻는 것이 검찰 의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공안부가 노동사건을 담당하는 것은 노동사건을 공공 안전을 해치는 사건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라며 “기소권만 있는 노동전담부를 따로 만들고 수사는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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