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으로 고용한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채용한 사례가 다른 기업에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자료사진 화섬노조)

고용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원청기업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계약직이나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하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과 파리바게뜨 영향으로 분석된다. 노동부가 사용자들의 꼼수에 맞서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캐논코리아 “자회사 싫으면 1년 계약직”
파리바게뜨 사례 신종수법 되나


25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노동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에 있는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은 지난 22일 사내하청업체인 유천산업 노동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캐논코리아는 지난달 25일 노동부 안산지청으로부터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판정과 함께 유천산업 직원 41명을 3월30일까지 직접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캐논코리아는 이달 20일 설명회를 열어 본사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안과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본지 3월22일자 13면 ‘불법파견 노동자 자회사 고용 파리바게뜨 사례 악용되나’ 참조)

회사는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이틀 뒤인 22일 “3월27일까지 어느 안도 선택하지 않으면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안으로 노동부 시정지시를 이행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캐논코리아는 노동자들이 1년 계약직 채용을 거부하면 “근로자들이 명시적으로 직접고용을 거부했다”는 핑계를 댈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직접고용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부과되는 과태료를 피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원청기업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가 “각종 소송을 취하하지 않으면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통보했다가 금속노조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필두로 공공기관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들을 자회사로 고용한 사례가 사용자들의 또 다른 꼼수가 되고 있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기업이 캐논코리아처럼 자회사를 통해 불법파견 문제를 벗어나려고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회사 정규직 고용방식은 "또 다른 불법파견 허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불법파견 고용의제” 공약
전문가들 “노동부 행정해석 바로잡아야”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행 파견법을 바꾸면 된다. 2007년 7월1일 파견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불법파견이 확인되면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했다. 이른바 고용의제 조항이다. 지금은 원청 사용자에게 고용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옛 파견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판정시 즉시 직접고용을 제도화(고용의제)한다”고 공약했다.

노동부가 행정조치만 적극적으로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도록 한 파견법 6조의2(고용의무) 조항과 관련해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만 직접고용으로 볼 수는 없다”는 행정해석을 유지하고 있다.

캐논코리아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안산지청 관계자도 “유천산업 직원들을 캐논코리아 정규직과 같은 근로조건으로 채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직접고용이 아니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해석은 판례 흐름에 어긋난다.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것은 없지만 하급심 판결은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조항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노동부가 계약직까지 직접고용으로 보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은 “노동부 행정해석은 일주일을 5일로 본 행정해석과 같은 수준의 엉터리”라며 “사용자들이 법을 악용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도록 노동부가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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