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신동빈 롯데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다는 고용노동부 판정이 나왔다.

노동부 안산지청은 25일 “캐논코리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사내하청업체인 유천산업 직원 41명에 대해 3월30일까지 직접고용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유천산업은 캐논코리아 안산공장에서 복합기 부품 조립·검사업무를 담당하는 사내하청업체다. 유천산업 노동자들은 올해 1월1일 “유천산업은 독립적인 설비를 갖추지 않은 채 모든 생산설비와 생산소모품을 원청에서 무상으로 제공받고, 원청이 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한다”며 안산지청에 불법파견을 진정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도 이달 2일 “원청 직원이 부품조달과 생산관리·품질관리와 평가까지 했다”며 캐논코리아의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했다.

캐논코리아는 노무컨설팅을 받은 뒤 지난해 1월부터 공장에 칸막이를 설치해 원·하청 노동자를 분리했지만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피하지 못했다. 안산지청 관계자는 “원청이 사내하청 작업을 사전에 점검하고 업무지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캐논코리아에는 유천산업을 포함해 4개 사내하청업체에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노동부 판정이 다른 업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애 유천산업 노사협의회 노동자대표는 “원청의 조치를 보고 난 뒤 다른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과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뒤 노동부 시정명령을 이행할지 행정소송을 낼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산지청은 캐논코리아가 사내하청업체들에게 작성하도록 한 입주자준수규정서 내용도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입주자준수규정서에 따르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하게 되면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돼 있다.

안산지청은 “입주자준수규정서 때문에 노조 설립을 방해받은 사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있어 시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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