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국내 최대 제과 프랜차이즈업체인 파리바게뜨의 제빵노동자 불법파견 문제가 일단락됐다. 파리바게뜨 본사와 양대 노조는 자회사를 통한 제빵노동자 고용전환에 합의했다. 직접고용과 새로운 자회사 설립을 요구했던 화섬노조도 고심 끝에 합의에 동의했다. 고용노동부가 제빵노동자 5천378명에 대해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린 지 4개월 만이다.

복리후생 즉시, 임금 3년 안에 정규직 수준으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 고용전환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와 문현군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위원장·신환섭 화섬노조 위원장·이재광 가맹점주협의회 대표·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정미 정의당 대표 그리고 시민대책위 대표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참석했다.

파리바게뜨 본사인 파리크라상과 양대 노조는 본사와 가맹점주·협력회사가 참여해 만든 합작회사 해피파트너즈를 자회사로 전환해 제빵노동자를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본사가 해피파트너즈 지분 51% 이상을 갖는다. 상호는 변경하고 자회사 대표이사는 본사 임원이 맡는다. 협력업체 대표이사는 등기이사로 선임하지 않는다.

3자는 제빵노동자 처우개선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한다. 가맹점주협의회도 협의체에 참여한다. 제빵노동자 급여는 3년 내, 복리후생은 즉시 본사 정규직과 동일하게 맞춘다. 파리크라상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모두 취하하고 소송비용은 본사가 부담한다.

문현군 위원장은 “이번 합의가 좋은 사례로 남아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면서 노동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화섬노조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신환섭 위원장은 “오늘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오늘 합의가 모범적 사례로 이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권인태 대표이사는 “파리바게뜨 제조기사분들에 대한 사회적 논란으로 걱정 끼쳐 드린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합의사항을 잘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직접고용 아니라서 아쉽지만…”

노동부는 지난해 7월 파리바게뜨 본사·가맹점을 포함한 67곳을 근로감독했다. 불법파견과 노동시간 축소를 통한 임금꺾기 의혹을 조사했다. 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제빵노동자들에게 사실상 직접 지휘·명령을 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사용사업주 역할을 했다며 5천378명의 제빵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렸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가 제빵노동자들의 퇴근시간을 조작해 빼돌린 110억원이 넘는 연장·휴일근로수당 지급도 명령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불법파견 판정 후 4개월을 끈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 문제가 자회사 고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인드라인이 나온 이후 정부가 자회사를 정규직 전환의 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해 "또 다른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지시에도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고용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환섭 위원장은 “직접고용이 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3년 있으면 (직접고용과 같은 처우개선) 방안으로 간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끌었다”며 말했다.

이날 시민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불법파견의 본질은 ‘고용하되 책임지지 않는’ 왜곡된 구조 속에 은폐된 사용자 책임에 있다”며 “직접고용 원칙 대신 차선책이 선택된 상황은 아쉽지만 직접고용이 말하는 본래의 의미, 즉 사용자 책임을 담보하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합의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해 “파리바게뜨 불법파견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산업구조는 복잡해지고 업종 이해관계자는 다양해지는 가운데 노동자의 사용자 책임이 모호해지고 있다”며 “노동권 보장과 불법파견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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