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72돌인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노동자통일선봉대가 율동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된 가운데 노동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미국과 한국 정부에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한 "선제적 긴장완화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6·15 남측위 "한미 양국 선제적 긴장완화 조치" 주문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15일 정오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광복 72주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8·15 민족통일대회'에서 "광복 72주년을 맞이한 오늘 한반도가 전례 없는 군사적 긴장 속에 놓여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6·15 남측위원회는 "오랜 대북압박과 적대정책의 산물인 한반도 군사적 갈등을 해결하려면 관계 정상화·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야 하고,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와 압박으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며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포함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유발할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평화체제 구축의 길을 여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복 6·15 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은 "수십배, 수천배 우월한 군사력으로 수십년간 (북한을) 압박해 왔던 미국이 먼저 결단을 해야 북한의 조치로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앞으로 엿새 후면 시작될 군사훈련과 무력시위를 중단하고 평화의 길로 먼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장은 "남북대화와 교류를 핵문제와 연계해 대결을 격화시킨 것은 전임 정부의 중대한 오류"라고 비판하면서 정부 대북정책을 제재 중심에서 화해·협력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김주영 위원장 "6·15 공동선언 원칙 절실"

6·15 남측위 노동본부를 대표해 발언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6·15 공동선언 정신으로 되돌아가자고 호소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우리 바람과는 달리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긴장상태"라며 "8월 한미합동군사훈련 전후로 더 높은 긴장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동북아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로 충돌하고 있는 이때 민족의 공존과 공영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6·15 공동선언 기본원칙이 절실하다"며 "6·15 공동선언 정신으로 남북관계 복원을 넘어 군사적 갈등과 충돌을 없애는 노력과 함께 남북협력과 연대교류를 통 크게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대북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미국과 공조를 우선하겠다는 기존 방식으로는 핵과 미사일 문제를 포함해 교착된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된 적이 없다는 게 지난 역사"라며 "우리의 평화를 위해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고, 무엇이든 얘기나눌 수 있다는 지혜로운 외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민중정당 창당추진위원회 상임대표인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한미동맹을 앞세워 갑작스럽게 추진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고, 김창한 민중연합당 상임대표는 "대미 추종외교를 포기하고 그 어떤 동맹도 민족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 아래 주변 강대국들과 관계를 풀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열어 "사드 배치 철회하라"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한미연합 전쟁연습 중단과 사드 배치 철회, 일제 강제동원 역사 사죄·배상, 6·15 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는 전 세계 모든 핵을 반대한다"며 "지금 당장 한미 당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도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해 평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직무대행은 "북핵 위협과 안보를 내세워 배치를 강행한 사드로는 북핵 미사일을 막을 수 없고, 오히려 국익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며 "미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백해무익한 사드 배치는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대회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8·15 범국민평화행동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8·15 범국민평화행동'에서도 참가자 1만여명은 미국의 대북제재·압박 정책 중단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사드 배치 철회, 한일 군사협정·위안부 합의 파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본대회 후 광화문광장 북단까지 행진했다. 미국·일본대사관을 집회 참가자로 에워싸는 '인간띠 잇기'는 경찰이 두 대사관 뒤편 행진을 금지하면서 가두시위로 대체했다.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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