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은행이 일제히 노사합의 없이 성과연봉제 확대 이사회를 강행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 지시사항으로 보고 사측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도한 듯

12일 금융노조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NH농협·KEB하나·SC제일은행이 이날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거나 개최할 예정이다. 노조 SC제일은행지부는 행장실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는 기습적이었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면서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이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정경유착 정황이 발견됐다. 실제 재벌들은 틈만 나면 성과연봉제 도입을 요구했다. 성과연봉제는 은행권 노사 임금·단체협상 최대 화두였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9개 금융공기업이 올해 상반기 정부 강압에 못 이겨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안을 의결했다. 노조 산하 8개 금융공기업지부는 법원에 이사회 무효 확인 소송이나 성과연봉제 시행 유보를 위한 이사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성과연봉제 도입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9월에는 총파업에 나섰다.

노사 대화는 사실상 중단됐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민간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했다. 노동계가 금융공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관측됐다.

노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반드시 응징하겠다"

노조는 시중은행들의 예상 밖 행보가 금융당국의 입김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지난 9일 금융위가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이날 이사회 의결을 강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국정 혼란을 틈타 최순실표 노동개악이라는 의혹에 휩싸여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려는 사측의 독재적인 시도를 규탄한다”며 “사측 책임자들을 박근혜 정권 부역자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권한도 없이 시중은행 이사회 불법 의결까지 강요하면서 끝까지 정권에 부역하고 국민 탄압 최선봉에 섰다”며 “시중은행이 끝내 불법 이사회 의결을 강행한다면 국민과 함께 부역자를 심판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다동 노조사무실에서 긴급 지부대표자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국회와 공조하고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금융위는 이사회 불법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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