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근혜 퇴진” 요구·문재인 “비상한 결심” 예고 … 여당 내에서도 “개각 철회” 촉구

헌정질서 파괴자로서 국민적 하야 요구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갑작스럽게 개각을 발표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나섰다. 하지만 야 3당이 개각 철회와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상황이다.

참여정부·호남 출신 인사 국면돌파 카드로 제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임 국무총리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행정경제학부)를 내정했다. 신임 경제부총리에는 호남 출신 임종룡 금융위원장, 국민안전처 장관에는 최 교수의 추천을 받아 호남 출신이자 참여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박승주씨를 발탁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교수를 책임총리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통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명분도 살리면서 참여정부 인사와 호남 출신을 기용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국무총리에 내정된 김 교수는 당초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총리로서 국정운영 방향과 야당의 청문회 거부 등 현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려고 했으나 3일로 미룬 상태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가운영체제와 개헌’ 토론회에서 “박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나고 책임총리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며 “국회가 추천한 책임총리를 중심으로 거국내각을 꾸려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본지 9월28일자 12면 ‘박근혜 대통령 2선으로 물러나고 거국내각 구성하라’ 기사 참조> 하지만 국무총리 내정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야당의 의견을 물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결국 야권 일각에서 제기된 거국중립내각과는 완전히 딴판이라는 의미다.

이번 개각 발표에 새누리당은 논평을 내고 “국정혼란과 공백은 막아야 한다”며 “야권의 대승적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 “정권연장 위한 4·13 호헌조치의 재판”

야 3당은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박지원(국민의당)·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이번 개각을 철회할 것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기로 합의했다. 야 3당은 “인사청문요청서가 오면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하고 각 당 위원을 선임해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참여하지 않겠다”며 “특위 구성 자체가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 3당은 “현재는 황교안 총리인데 총리 지명자가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임명을 제청했다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유력한 대권주자들도 반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이상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며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더 이상 헌법을 파괴할 권리,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을 권한, 선조들의 피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을 끌고 갈 명분이 없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전남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압도적 민심은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저 역시 비상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도 이번 개각 발표에 분노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개각은 조각권을 행사할 자격과 권위를 상실한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표일 뿐”이라며 “박 대통령은 일체의 직무에서 손을 떼고 국회는 개각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약탈경제반대행동도 논평에서 “박 대통령의 개각 강행은 전두환 정권의 정권연장을 위한 4·13 호헌조치의 재판”이라며 “분노한 시민들의 힘으로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고 단죄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개각 철회 목소리가 나왔다.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은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합의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총리 지명은 엄중한 시기에 걸맞지 않다”며 “합의되지 않고 거국내각을 고려하지 않은 총리 임명이라면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