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처음엔 몰랐습니다. 지난해 우리 남편들이 직장에서 맞았다는 걸요. 우연히 동영상을 보게 됐는데 남편들이 회사에서 고용한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 신입사원들에게 폭행을 당하더라고요. 버젓이 경찰이 옆에 있는데요. 그 신입사원들이 산업현장에서 쓰는 거대한 선풍기와 각종 기기를 던지며 폭력을 휘두르는데 경찰은 딴 데 보고 있는 거예요. 남편들은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회사는 불법적 직장폐쇄를 하고 공권력(경찰력) 투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유혈사태는 불 보듯 뻔하잖아요. 올해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서 남편들이 다치는 모습을 가만 지켜볼 수 없습니다. 가족들이 나선 이유예요.”(김미순 갑을오토텍노동자 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

“노동부는 불법적 직장폐쇄에 왜 말이 없나”
“공권력 투입으로 제2의 유혈사태 막아 달라”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공격적 직장폐쇄를 했다는 논란 속에서 갑을오토텍 노사가 대치 중인 가운데 노동자 가족들이 국회를 찾았다. 갑을오토텍은 지난해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해 노조파괴를 시도해서 회사 대표가 징역 10월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가족대책위는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가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같은 유혈사태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한정애·이용득·서형수·송옥주·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참석했다.

김미순 위원장은 “우리 같이 힘없는 사람들이 고용노동부와 경찰을 찾아가면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고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 주지도 않는다”며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남편들이 다치지 않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와 가족들과 식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부가 갑을오토텍의 불법적 직장폐쇄를 인정하고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서도 근로감독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그는 “회사측의 요청대로 공권력을 투입하게 되면 남편들은 물론 아내들도 다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요구는 사업장 안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경비용역을 철수시키고 사측이 요구하는 70개의 단협 개악안을 철회하라는 것”이라며 “사측은 기존 노사합의서를 지키고 나머지는 교섭을 하면서 풀면 된다”고 설명했다.

환노위 야당의원 “유혈사태 막고 원만한 해결에 최선”

이에 대해 환노위 야당의원들은 “공권력 투입을 통한 유혈사태를 막고 노사 간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직장폐쇄와 파업이 한 달을 넘기고 있어 가족들의 가슴이 많이 아플 것”이라며 “국회가 관심 갖고 지켜보며 사태가 해결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용득 의원은 “사측이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도 노동부와 경찰이 미온적으로 움직여 가족들이 힘들 것”이라며 “노조와해 중단을 위해 국회가 함께 대처하면서 움직이겠다”고 약속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측은 노사합의를 어기면서 경비를 외주화하고 불법적 대체생산을 하는 게 드러난 데다 단협 개악안을 요구하며 노사교섭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여러분의 투쟁을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높은 만큼 외로워 말라”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은 “갑을오토텍 노동자와 가족들의 바람은 인간적으로 존중받고 함께 회사를 키워 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싶다는 것뿐”이라며 “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국회가 관심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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