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이 "복수노조를 설립해 기존 노조를 와해시킨다"는 내용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실행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직 경찰·특전사 출신 신입직원을 채용해 물의를 빚었던 갑을오토텍이 노조파괴 방법·절차를 담은 'Q-P 전략 시나리오'에 따라 직장폐쇄를 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지회장 이재헌)는 4일 오전 충남 아산 갑을오토텍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Q-P 전략 시나리오 문건을 공개했다. 지회가 입수한 문건은 지난해 4월23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이 부당노동행위 의혹 수사를 위해 갑을오토텍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문건은 유성기업·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영남대의료원 노조파괴 사태에 개입한 창조컨설팅 출신 김형철 공인노무사가 만든 노무법인 예지에서 작성했다. 경비업무 외주화·사택매각 등을 추진해 지회 파업을 유발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해 노조를 무력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갑을오토텍은 올해 1월3일 정문 경비 외주화를 추진했다. 지회는 이에 반발해 용역 배치를 저지했다. 최근 법원은 2008년 회사와 지회가 "경비업무 외주화시 지회와 사전협의를 거쳐 의결한다"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점을 들어 지회의 경비 배치 저지행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문건에는 직장폐쇄 이후 조합원을 선별 복귀시키고, 지도부 징계·고소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재헌 지회장은 "경찰·특전사 출신을 동원한 노조파괴가 저지되면서 시나리오가 잠시 중단된 상태"라며 "회사가 직장폐쇄 후 공권력 투입으로 노조를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검찰이 노조파괴 문건을 인지했으면서도 직장폐쇄를 묵인한 사실은 향후 국회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사측이 어떤 프로그램을 가지고 노조파괴를 추진하는지 모두 알고 있었으면서도 노동부는 직장폐쇄를 인정하고 경찰은 용역경비 투입을 허가했다"며 "검찰도 부당노동행위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박효상 전 갑을오토텍 대표이사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려다 재판부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관계기관들의 잘못된 행위를 엄중히 따져 묻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지난달 15일 노조 지배·개입 혐의로 기소된 박효상 전 대표에게 "(갑을오토텍의 부당노동행위가) 근로자 단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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