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조합원이 있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들이 최근 연이어 폐업을 하면서 원청에 의한 노조탄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청업체 폐업을 유도한 뒤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회 조합원들을 솎아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지회장 하창민)는 9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하청업체 폐업으로 조합원을 해고시켜 지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노골적인 노조탄압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회는 올해 4월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25개 하청업체와 임금·단체교섭을 시작했다. 그런데 6월께 교섭 중이던 4개 업체 조합원들이 일시에 노조탈퇴 의사를 지회에 전달해 왔다. 지회가 이들 업체와 교섭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회는 이들 조합원들이 원청과 하청업체로부터 회유를 받고 노조를 탈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노조탈퇴 시기가 대부분 비슷하고 탈퇴서를 내용증명 방식으로 지회에 보내온 점도 같다"며 "탈퇴이유를 묻는 질문에 회사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증언도 했다"고 말했다.

지회 간부들이 있는 하청업체 5곳이 아예 폐업한 점도 노조탄압 의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 각각 3곳과 2곳이 지회와 교섭 중이던 7~8월 갑자기 폐업을 신고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H사는 지회와 2차 교섭을 한 당일인 지난달 28일 폐업을 공고했다. 현대미포조선 건조부 소속 H사는 교섭이 결렬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폐업공고를 냈다. 폐업된 곳에서 일하던 조합원들은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창민 지회장은 "원청으로부터 동일한 기성금(도급비)을 받는 하청업체 중 유독 지회 간부들이 있는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폐업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공인노무사와 계약을 맺고 교섭을 준비하던 하청업체들이 교섭 당일 혹은 교섭 하루가 지난 시점에 줄줄이 폐업공고를 냈다는 점에서 노조탄압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원청 조선사들이 지회를 탄압해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로 뭉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 같다"며 "상급단체와 연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회는 조합원 탈퇴와 하청업체 폐업 과정에 원청이 개입한 구체적 정황과 증거를 정리해 조만간 공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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