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국제노동팀)

우리나라 최저임금법은 그 적용범위가 상당히 넓다. 동거친족인·가사사용인·선원(제3조),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받은 장애인(제7조)을 최저임금 적용 예외 집단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수습생·감시단속적 근로자, 기타 특수한 경우에는 최저임금제도를 적용하기는 하되 금액을 달리 정할 수 있다(제5조, 다만 실제로는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지난해부터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다).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제도를 적용하지 않는 법 자체는 국제기준에 특별히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제131호 최저임금협약이 국가 상황에 따라 특정 집단을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 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이 배제되는 집단은 농업노동자와 가사노동자(국내법상 ‘가사사용인’)다.

파키스탄·레바논·방글라데시·미국 일부·캐나다 일부·볼리비아 등 많은 나라에서 농업노동자를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작농 금지, 자영농 원칙이기 때문에 법만 봐서는 농업노동자를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 농업 분야에서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 국가보고서의 2000년대 입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주노동자가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이 같은 현실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

가사노동자는 정말 많은 나라에서 최저임금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캐나다 일부·방글라데시·말레이시아·네팔·영국이 가사노동자를 제외하고 있다. 홍콩은 소위 입주가정부는 최저임금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이주가사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별도로 적용한다. 가사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전반적으로 열악하다.

네팔은 최저임금법뿐 아니라 노동법 전체에서 가사노동자를 제외한다. 가사노동자를 법상 노동자로 보지 않는 것이다. 베트남도 비전업 가사노동자에게는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가족기업에 최저임금제도를 적용하지 않는 나라도 적지 않다. 중국·이란·레바논·방글라데시·리비아는 가족기업을 아예 법으로 제외한다. 법에 제외 규정은 두지 않았지만, 사실상 가족기업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나라는 더 많다. 예를 들어 벨기에의 경우 최저임금을 단체협약으로 정하는데, 친인척만 고용한 가족기업은 단협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영국은 사용자와 함께 거주하면서 가족기업에서 일하는 가족구성원을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ILO의 2014년 보고서는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 최저임금법 제3조 '동거친족인 제외' 조항이 영국과 비슷하다.

소기업에 최저임금제도를 적용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미국에서는 연 매출이 50만달러 이하 기업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네팔에서는 임금근로자 10인 이하 사업장을 제외한다. 우리나라는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에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 대한 일부 적용 조항을 두고 있다. 반면 최저임금은 기업규모와 무관하게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에서 최저임금제도 보호를 받으려면 1년 이상 일해야 한다. 벨기에는 1개월 미만 일한 노동자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네덜란드는 단기 재택근무자를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뺀다. 수습생 내지 수습기간에 최저임금을 낮춰 적용하는 나라도 많다.

나라마다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집단을 살펴보면, 현실적으로는 약하고 가난한 노동자일수록 제도에서 배제되기 쉽다. 대표적인 제외 집단이 농업노동자와 가사노동자라는 점을 봐도 그렇다. 두 집단은 이주노동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도 취약하다. 수습생과 소기업 노동자, 친족사용인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사용자와 협상하기 어려운 집단이다. 하는 일에 어떤 특수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약한 집단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제도를 적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ILO는 "비록 협약만 놓고 보면 최저임금 적용대상에 예외를 둘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제도에서 배제될 위험이 분명히 있으니 일하고도 빈곤한 노동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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