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1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기로 확정하면서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합의 파기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5일 일반해고 가이드북·취업규칙 행정지침을 논의하자는 고용노동부 제안을 거부했다. 7일 열리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노사정위에 통보했다.

정부와 선 긋기 나선 한국노총

노사정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산별연맹·노조와 지역본부 대표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중앙집행위 참석을 요청했다. 안건은 ‘주요 현안 보고 및 논의’다.

한국노총은 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일반해고 가이드북)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취업규칙 지침) 개정안을 사실상 지침 발표로 받아들인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침 일방 발표는 노사정 합의 위반”이라며 “노사정 합의 백지화를 포함한 대응방안이 중앙집행위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정지원 근로기준정책관은 이날 오전 한국노총을 찾아 일반해고 가이드북과 취업규칙 지침안을 전달하며 협의를 요청했다. 정지원 국장은 “전문가 간담회에서 내놓은 안은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지 확정안도 아니고 일방 발표한 것도 아니다”며 “오해가 있으면 풀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하자는 뜻에서 한국노총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협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사무처장은 “초안이든 초초안이든 노동부가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사실”이라며 “내용 역시 노동자 보호가 아닌 쉽게 해고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어 노동부 안을 기초로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와 함께 7일 열리는 노사정위 노동시장특위 전체회의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노사정위에 통보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반해고 가이드북·취업규칙 지침 논의 방식과 일정이 다뤄질 예정이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혀 회의를 개최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회의를 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경과를 보고하는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 합의 파기 가능할까

한국노총이 11일 중앙집행위를 앞두고 정부와 담쌓기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노사정 합의를 파기할 수 있을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금속·화학·공공연맹과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노사정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향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파기할 경우 오히려 한국노총에 불리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산별조직별로 살피면 찬반여론이 뚜렷해 보이지만 또 다른 핵심 구성원인 지역본부는 상당수가 이미 합의 파기로 돌아선 상태”라고 분석했다. 한 지역본부 의장은 “지난해 9월 노사정 합의문 찬반투표 때는 지도부가 자신들의 진퇴를 걸고 합의문 승인을 호소했기에 찬성했다”며 “그러나 정부·여당이 노사정 합의를 악용하고 신뢰를 저버린 지 오래이기에 지도부 역시 합의를 유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본부 의장 다수가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산별연맹 위원장은 “정부가 노사정 합의를 계속 위반하는 상황에서 합의 파기를 미루기에는 명분이 없고, 만약 파기한다면 향후 투쟁·협상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도부가 어떤 결심을 하고 어떤 계획을 내놓는지에 따라 노사정 합의 파기 여부를 둘러싼 논란의 향방이 결정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한편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로 25일째 국회 앞 1인 시위를 이어 가며 새누리당 노동 5대 법안 철회와 일반해고·취업규칙 지침 시행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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