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동자 10명 중 8명 이상이 가구주 혹은 그 배우자로 가구의 핵심 소득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저임금은 가구 생계비가 아닌 보조소득에 불과하다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논리를 뒤집는 연구결과라서 주목된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노동연구원이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 이러한 연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오상봉 실장이 노동연구원 한국노동패널조사를 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노동자 중 가구주인 사람은 46.39%나 됐다. 또 38.35%는 가구주의 배우자였다. 84.74%가 가구의 핵심 소득원인 셈이다. 기타 가구원(보조 소득원) 비중은 15.26%에 불과했다. 최저임금보다 적은(미만) 임금을 받는 노동자 중 77.46%(가구주 45.68%·배우자 31.78%)도 핵심 소득원이었다.

오 실장은 “가구주가 최저임금을 받을 경우 절반 이상이 배우자가 없었거나 있더라도 무직인 상태가 많았다”며 “또 20% 이상은 다른 가구원이 있는데도 수입원은 자신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대부분이 보조 소득원이라는 주장은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실장의 분석은 최저임금 노동자 다수가 핵심 소득원이고 다른 가구원의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이 실질적인 가구 생계비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이는 최저임금은 주요 소득(가구 생계비)이 아니고 보조 소득원들의 용돈 벌이라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 논리를 뒤집는 결과다.

이와 함께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세계 석학들은 한목소리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앨런 매닝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국가가 98년 17개국에서 올해 26개국으로 늘었고 미국·독일·영국은 최저임금 수준을 인상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임금불평등 해소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희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조의 역할과 조직률이 최저임금 인상과 준수율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낮은 노조 조직률과 단체교섭 적용률, 높은 최저임금 미준수율과 낮은 수위의 사용자 처벌이 최저임금제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노동진영이 노동자 전체 이해를 대변할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하고 최저임금 인상 비용의 사회적 분담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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