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 국제콘퍼런스 첫날 세 번째 토론회는 최저임금과 노사관계를 주제로 진행됐다. 게르하르트 보쉬(Gerhard Bosch)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교수와 이정희 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제를 했다.

독일은 왜 ‘자유 단체교섭’에서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방향 틀었나

보쉬 교수는 독일의 최저임금 도입 배경과 향후 과제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은 올해 1월 '자유 단체교섭권 강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시간당 8.5유로의 법정 최저임금이 도입됐다. 독일에서 최저임금 도입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민영화와 아웃소싱 확산에 따른 단체협약 적용률 축소가 배경이 됐다.

최근 독일의 노조조직률은 18% 수준이다. 단협 적용률은 62%다. 스웨덴은 조직률과 적용률이 각각 70%와 88%, 프랑스는 8%와 98%, 영국은 26%와 29% 수준이다. 보쉬 교수는 "독일에서는 민영화와 외주화로 인해 고용체계가 세분화되면서 단협 적용률이 갈수록 낮아졌고, 이에 따라 저임금부문이 확대됐다"며 "정부의 자유 단체교섭정책은 산업 단위 최저임금이 소액 단위에서만 실현됐기 때문에 법정 최저임금에 대한 요구가 크게 높아졌다"고 최저임금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독일 연방국세청은 최저임금제 시행을 감독하기 위해 2019년까지 1천600명의 감독관을 채용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 하청업체가 아니라 원청업체가 법적 책임을 진다. 최대 50만유로(한화 6억2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높은 포괄성·노사정 참가 결정에도 낮은 수준·낮은 준수율이 문제”

이정희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제가 포괄성이 높고(높은 적용대상 범위) 노사정이 참가해 결정함에도 낮은 수준·낮은 준수율을 보이는 이유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단체교섭과 최저임금 두 제도가 보완·긴장관계에 있지 않고 완전히 분리돼 있다. 낮은 노조조직률과 기업 단위로 분권화돼 있는 단체교섭 구조, 낮은 협약 적용률, 공익 주도의 최저임금위원회 운영방식을 단체교섭과 최저임금 제도를 분리시킨 이유로 지목했다.

이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가 1988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한 29차례의 최저임금 결정논의 중 노·사·공익 위원이 합의한 경우는 7번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이 참여한 16차례 논의 중에는 두 차례만 합의안이 도출됐다. 최저임금이 사실상 공익 중심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누가 공익위원이 되느냐가 최저임금 결정의 가장 큰 변수인데도 공익위원 추천과 임명에 관한 규정은 없다.

“공익 주도 최저임금위, 정부 대리정치 장으로 변질”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에도 문제는 발생한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을 적발한 결과 10곳 중 4곳이 최저임금을 위반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최저임금에 관한 사회적 대화가 공익 주도형 대리정치 양상을 띠면서 노사 자율에 기반을 둔 단체교섭과 조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직은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아 단체교섭을 통한 임금인상 효과도, 최저임금 적용을 통한 저임금 해소 효과도 누리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현행 최저임금제가 저임금층 소득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올해 정부·여당은 최저임금위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최저임금 인상 풍선'을 띄웠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비용 사회적 부담, 생활임금 논의 본격화해야”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고작 450원 오른 6천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대비 인상률은 8.1%다. 이 부연구위원은 "기대치를 밑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저소득층 처우개선과 노동시장 격차 해소에 있지 않고 내수 진작을 위한 소비 기대심리 부추기에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게 됐다"며 "낮은 노조조직률과 낮은 단체교섭 적용률, 전문가 중심 정부 대리정치, 높은 미준수율과 낮은 처벌로 인해 최저임금제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비용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빈곤층 문제는 최저임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생활임금 도입을 사회운동으로 확산시키는 캠페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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